프랑스가 앞으로 5년 간의 정치 판도를 결정지을 총선 1차 투표를 9일 실시한다. 여론 조사 결과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우파가 사회당 등 좌파에 대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한달 전 대선에 이어 또 다시 극우파 열풍이 불지도 관심의 초점이다.577개 선거구에서 8,633명이 입후보한 이번 총선은 1차 투표에서 12.5%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들만으로 16일 2차 투표를 실시해 최다 득점자를 임기 5년의 하원의원으로 선출한다.
르 피가로가 7일 IPSO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차 투표에서 공화국연합(RPR) 등 3개 주요 우파 정당이 연합한 대통령 여당연합(UMP) 등 중도 우파는 40%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난 반면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등의 좌파는 36%의 득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또 2차 투표에서 우파와 좌파가 얻을 의석 수는 각각 339~381석, 174~216석으로 우파가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그러나 1차 투표 입후보자의 경쟁률이 사상 최대인 15대 1이어서 이 같은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르몽드도 8일 “사회당은 대선 결과에 대한 반발표, 기권자, 부동표 등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스스로도 승리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면서 좌파의 패배가 확실시 된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은 대선처럼 특별한 선거 쟁점이 없고, 좌ㆍ우파 간에 선거 운동도 치열하지 못했으며, 언론들도 월드컵에 더 비중을 둠에 따라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선 1차 투표 이후 전국적인 반 극우 시위도 시라크 대통령의 압도적 당선 이후 급속도로 냉각돼 선거 무관심이 재현되고 있다.
우파의 총선 전략을 지휘한 장-피에르 라파랭 과도 내각 총리는 “의회를 좌파에게 맡기면 국정이 마비된다”면서 이번 총선을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숑)에 대한 신임 투표로 몰아 왔다. 우파는 또 법과 질서에 대한 공약으로 극우파 지지표를 흡수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좌파는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대선 패배와 그의 정계 은퇴 이후 지도력 부재, 정체성 상실 등으로 선거운동마저도 지지부진했다. 좌파는 우파 지지표가 UMP 후보와 극우파 후보에 대한 지지로 갈려 좌파 후보들이 상대적 이익을 볼 수 있는 가능성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좌파가 패배하면 프랑스의 대통령직과 정부, 상ㆍ하원, 헌법위원회 등 최고 권력 기관들이 시라크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던 1995년처럼 모두 우파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 현 의석 분포는 좌파 314석, 우파 245석, 기타 5석이다.
한편 극우파는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대선 1차 투표에서 조스팽 총리를 꺾은 기세로 총선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을 벼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FN이 12~15%를 득표, 최대 4~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FN 측은 300명 이상의 후보가 2차 투표에 진출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으나 그렇게 될 경우 극우파 충격이 다시 한번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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