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에서 열리는 월드컵 한국-미국전 관람 장소를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4일 부산 한-폴란드전에 이은 ‘제2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한나라당은 먼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10일 대구경기 불참 방침을 ‘미국 눈치보기’로 몰아 세웠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의장은 8일 “청와대는 반미(反美)감정이 악화되는 시점의 우발적인 충돌을 우려한 것이라고 해명하는데 이는 오히려 반미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라면서 “한미관계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젊은이들보다 판단이 신중하지 못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부끄럽고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이날 직접 대구경기장을 찾아 ‘붉은 악마’ 응원단과 함께 응원전을 펼치기로 확정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꿋꿋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젊은이들에게 심어주는 동시에 정치적 ‘홈그라운드’인 대구에서 차기 지도자로서 ‘집중조명’을 받을 호기라는 판단한 듯 하다.
민주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며 비난했다. 민주당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대통령과 정부가 승패를 떠나 월드컵 안전문제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은 축제로 치러져야 할 월드컵 경기와 관련해 한미 간을 이간질하려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모양’보다 수도권 집중 전략이라는 ‘실리’를 고려한 관람 계획을 세웠다. 대구 현지를 찾는 대신 서울 등 수도권에서 시민들과 야외응원을 펼치기로 한 것.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10일이 6ㆍ10항쟁 기념일이라는 점을 감안, 증권가나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항쟁의 주역이었던‘넥타이 부대’와 경기를 관람할 계획이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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