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유형별 특성·정치지지한국인의 이념 성향을 측정하기 위한 요인 분석을 통해 우리는 두 개의 요인을 찾았다. 첫번째는 국가보안법 개폐, 공공산업 종사자 파업, 호주제 개폐 등과 관련한 관심도와 성향을 나타내는 기본권 인식이고, 두번째는 대북 경제 지원과 통일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한 대북 인식이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선택이나 고소득자 세금 문제에 대한 설문도 있었으나, 이런 경제 인식은 이념 성향의 별 요인이 되지 못했다.
이는 한국인의 보수_진보를 구분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평등이나 계층적 갈등에 대한 인식보다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 개혁이나 대북 문제에 얼마나 전향적 태도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요인임을 말해 준다.
그러나 기본권 인식과 대북 인식의 축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국가보안법 철폐나 공공산업 종사자의 파업을 지지하면서도 대북 경제지원이나 통일에 대해 소극적인 사람이 있고, 반대로 보안법 폐지나 파업 문제에는 보수적 경향을 보이지만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개방적인 사람도 있다.
이런 엇갈린 이념 성향을 기본권 인식과 대북 인식을 두 축으로 나누어 보면 한국인의 이념은 대체로 5개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번째 유형(A)은 기본권과 대북 인식에서 모두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집단으로 여기에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고(58%) 호남 출신(32%)이 평균(23%)보다 많다. 평균 연령은 36.3세로 가장 젊고 교육수준은 가장 높다. 직업별로는 사무ㆍ기술직이 31%로 다른 집단에 비해 훨씬 많다. 스스로를 가장 진보적이라 평가하는 이들은 노무현(盧武鉉) 후보 지지 비율(63%)이 압도적으로 높다.
두번째 유형(B)은 기본권 문제는 진보적이나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집단으로 여성 비율(59%)이 가장 높다. 평균 연령은 37.5세이며 소득수준이 가장 높고 교육수준도 높은 편이다. 직업별로는 가정주부가 40%로 많았고 사무직과 자영업 종사자도 많다. 호남출신(17%)이 평균보다 적고 노 후보(35%)보다는 이회창(李會昌) 후보(43%) 지지로 기울어 있다.
세번째 유형(C)은 기본권 인식은 보수적이나 대북 인식은 진보적인 집단으로 평균연령이 가장 높고(48.1세) 소득ㆍ교육 수준은 가장 낮다. 호남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고(31%). 농수산업 등 1차 산업 종사자가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9%). 특별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많고(18%), 사무ㆍ기술직 종사자는 가장 적다. 이 집단의 지지도에서 노 후보는 (46%)는 이 후보(43%)에 근소한 우위를 보인다.
네번째 유형(D)은 기본권과 대북 인식에서 모두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전형적 보수집단이다. 평균연령은 47.2세이며 월소득과 교육수준은 C유형 보다는 약간 높지만 AㆍB 유형 보다는 낮다. 스스로를 가장 보수적이라 여기는 이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호남 출신이 적고(14%), 영남 출신이 가장 많다(39%).
직업별로는 사무ㆍ기술직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외에는 전체 평균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들은 이 후보를 압도적으로(62%) 지지하고 있다. 마지막 유형(E)은 위의 네 유형 어디에도 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혼합형으로 거의 모든 지표에서 전체 평균과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교수단 공동집필
■유형별 행태분석
신문과 TV뉴스를 얼마나 자주 보느냐는 설문에 대해서는 유형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 빈도는 A유형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다. B유형, D유형이 그 뒤를 이었고 C유형이 가장 빈도가 낮았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 주위 사람들과 가장 적극적으로 정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D유형이었다. 근소한 차이로 A유형이 뒤를 이었고 C유형이 정치 대화를 가장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참여 정도는 C와 D유형이 가장 높았고 A유형이 가장 기권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기할 만한 것은 대미 관계에 있어서 C와 D유형은 75% 이상이 ‘대미 동맹 강화’ 또는 ‘우호 관계 유지’를 지지해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B유형은 60% 이상이 ‘미국 중심의 외교 탈피’와 ‘미국과 거리 두기’를 지지해 A유형과 비슷한 성향을 보이면서도 가장 강한 반미 성향을 나타내는 ‘미국과 거리 두기’가 15%로 A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B유형이 북한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상당히 배타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이런 태도는 어쩌면 북한을 같은 민족이라는 시각이 아니라 다른 나라라는 관점에서 보는 경향을 시사한다.
/교수단 공동집필
■설문 및 응답집계
문15)지지 정당.
① 한나라당 (31.8%) ② 민주당 (24.3%) ③ 자민련 (1%)
④ 한국미래연합 (1.2%) ⑤ 민주노동당(1.4%) ⑥없다 (40.3%)
문16)연말 대선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인가.
① 이회창 (34.7%) ② 노무현 (34.1%) ③ 박근혜 (6.6%)
④ 정몽준 (5.1%) ⑤ 모름ㆍ없음 (19.5%)
문17) 신문이나 TV 뉴스를 얼마나 자주 보는가.
① 매일 (64.3%) ② 거의 매일 (20.7%)
③ 1주일에 2,3회 정도(11.1%) ④ 1주일에 한번 정도 (1.7%)
⑤ 거의 안 본다 (2.2%)
문18)이메일이나 전자게시판 이용빈도.
① 매일 이용(22.7%)② 거의 매일 이용(11.7%)
③ 가끔 이용 (21.2%)④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9.9%)
⑤ 사용해 본 적 없다 (34.5%)
문19)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과 정치 얘기를 자주하는가.
① 기회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4.2%)
② 자주하는 편 (14%) ③ 가끔 한다(48.4%)
④ 거의 하지 않는다 (29.6%) ⑤ 되도록 피한다 (3.8%)
문20)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투표했는가.
① 빼놓지 않고 했다 (54.4%) ② 거의 했다 (25.6%)
③ 가끔 했다 (7.6%) ④ 거의 하지 않았다 (5.2%)
⑤ 전혀 하지 않았다(1.2%) ⑥ 투표권이 없었다 (6%)
▼"뉴스 거의 매일 본다" 85%
우리 국민들의 신문 또는 TV 뉴스의 접촉 빈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본다’(64.3%)를 포함, 신문이나 TV의 뉴스를 ‘거의 매일’ 보는 사람이 85%나 됐다.
연령별로는 40대, 50대가 각각 90.6%, 89.0%로 높은 편이었고, 20대는 73.2%에 그쳤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88.6%, 여성이 81.6% 였다.
월평균 소득별로는 100만원 이하 소득층에서 ‘거의 매일 본다’가 75.3%로 가장 낮았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가 89.5%로 가장 뉴스에 관심이 많았고, 블루칼라층이 77.1%로 가장 관심이 적은 편이었다. 학력별로는 대학재학 이상이 87.6%로 가장 높았고, 중졸이하가 79.4%로 가장 낮았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20대 48% "인터넷 매일 이용"
우리 국민들의 인터넷 이메일이나 전자게시판 이용정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이용한다’(22.7%)를 포함해 2,3일에 한 번이라도 이용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 55.6%였다. 접근 기회가 적은 농어촌이나 고연령층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연령별로는 20대의 48.4%가 매일 사이버 공간을 이용했고, 30대 세 명 중 한 명 이상(39.1%)이 ‘거의 매일’ 이메일과 전자게시판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의 29.5%가 매일 이용하는 반면, 여성은 10% 포인트 이상 떨어진 16.1%만이 매일 이용한다고 응답해, 성별 정보화 격차 해소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별로 보면 100만원 이하 소득계층의 81.3%가 ‘한번도 사용한적이 없다’고 응답해 저소득 계층에 대한 정보화 지원 필요성을 나타냈고, 가정주부의 18.6%가 ‘거의 매일’, 24%가 ‘가끔 이용한다’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정치대화 가끔 한다" 48%
한국인들은 잦은 정치 정보 접촉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 주위 사람들과 정치 대화를 그리 자주 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위 사람들과의 정치 대화 빈도를 물은 설문에서 가장 많은 48.4%의 응답자가 중간 수준인 ‘가끔 한다’를 택했다. ‘기회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한다’와 ‘자주 한다’는 각각 4.2%, 14%였다.
‘거의 하지 않는다’가 29.6%에 이르렀고 ‘되도록 피한다’는 응답자도 3.9%나 됐다. 전체적으로 빈도가 낮은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남녀별, 세대별 차이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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