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열린 세네갈-덴마크 전을 30분 앞둔 6일 오후 3시.서울의 월드컵조직위원회 직원들은 경기장 안내요원들에게 스탠드 측면 좌석의 관중을 방송 중계 카메라에 잘 잡히는 본부석 맞은 편 동쪽 스탠드로 옮겨 앉도록 권하라고 다급하게 지시하고 있었다.입장권 판매 부진으로 1만석 넘게 스탠드가 빈 모습을 전 세계에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은 막으려는 궁색한 조치였다.그러나 섭시 34~35도의 더위에 햇볕이 내리쬐는 동쪽 스탠드로 선뜻 옮기려는 관중은 없었다.월드컵 조직위가 시청자의 눈을 속이는 얄팍한 연출까지 시도한 것은 성공적 월드컵의 이미지를 훼손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이에 앞서 조직위는 대회 개막 한달을 앞둔 4월 말까지 일부 경기 입장권이 20~30%밖에 팔리지 않자 정부가 관과 기업체에 강제로 할당하다시피 했으나 판매율은 60~70%에 그쳤다.이 때문에 대회가 시작하자 경기장 스탠드마다 듬성듬성 빈 자리가 눈에 거슬렸고,외국 언론은 'IMF 여파'라고 나름대로 진단하기도 했다.
이런 진단이 아니더라도 월드컵 경기 입장권 값은 서미들에게는 부담스럽다.예선전 3등급 입장권이 한 장에 7만6,800원,4인 가족이 함께 경기를 즐기려면 30만원이 넘게 든다.여름 휴가 비용과 맞먹는다.그래서 당초 소득수준에 비해 입장권 가격을 너무 높게 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뒤늦게 입장권 값을 내리기는 어렵다.이제 기대할 것은 국민의 월드컵 열기가 관중 증가로 이어지는 것 뿐이다.조직위의 어설픈 관중예상과 눈가림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그러나 그 것과는 별개로 언제 다시 이 땅에서 열릴지 모르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잔치를 가족과 함께 직접 체험하는 국민이 늘었으면 한다.반드시 한국팀 경기가 아니더라도 자녀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각국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투혼,응원단의 애국적 열정 등 녹색 그라운드의 생생한 감동을 집접 경험하게 하는 것은 값진 투자라고 생각한다.
박진용 체육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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