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검은 양복과 선글래스로 전세계에 블랙 패션을 유행시켰던 윌 스미스(34)와 토미 리 존스(56)는 ‘맨 인 블랙 2 (Men In Black 2ㆍ감독 배리 소넨필드)에서도 찰떡궁합을 과시한다.‘맨 인 블랙 2’는 제작비 1억 8,000만 달러가 든 대형 영화로 외계인 수사대에 숨어든 외계인 첩자와의 대결이 기본 줄거리.
마이클 잭슨이 “나도 요원으로 승격시켜달라”며 정보를 팔아먹는 외계인으로 깜짝 출연했다.
래퍼이자 영화 배우인 스미스, 하버드 출신의 지적인 배우 존스는 흑인과 백인, 그리고 22세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였다면 우리는 결혼했을 것”이라며 애정을 과시한다.
스미스는 곤란할 질문이 나올 때마다 “토미 대답하는 것 좀 보고”하는 식으로 말을 빼며 존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과시한다.
이를테면 외계인을 믿느냐는 질문에 존스가 “화성의 남극에서 물이 발견됐다니 미생물이 있을 것이고 생명체도 있을 법한데, 그렇다고 그들이 지구까지 오긴 힘들 것이고, 설령 온다 해도 지구에 오면 지구인이 될 테니…. 음 난 외계인이 없다고 본다”고 답하면, 스미스는 “내 생각이 그 생각”이라고 덧붙인다.
6일 한국을 첫 방문한 스미스와 존스는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6개국과의 인터뷰를 마친 뒤 8일 떠난다. 영화는 7월 3일 미국에서, 7월 12일 우리나라에서 개봉한다.
7일 오전 조선호텔에서 스미스를 만났다. 인터뷰에는 존스가 자리를 함께 했다.
-흑인영화 ‘업다운 새터데이 나이트’(감독 시드니 포이티어ㆍ74년)의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오션스 일레븐’을 보며 흑인 연기자가 나오는 흑인판 오션스 일레븐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빌 크로스비나 시드니 포이티어 같은 선배의 연기의 맥을 잇는다는 것도 재미있고. 소속사에서 이미 리메이크 판권을 확보했다. 크리스 터커 같은 배우들과 한번 뭉쳐서 영화를 해보았으면 한다.”
-‘알리’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알리’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겠다. 또 덴젤 워싱턴에게 남우주연상을 빼앗겼는데 섭섭하지 않았나.
“‘알리’는 내 인생에서 가장 정선된 연기를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어떤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영화였다. 주제도 그렇고. 그 기억만으로 충분하다. 아카데미 후보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이제 내 역할을 두고 “걔는 안돼”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여자들이 나를 좀 더 섹시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덤! 덴젤 워싱턴과 할 베리의 수상은 물론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무슨 상 하나로 세상의 태도가 그리 쉽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올 아카데미에서 흑인 영화 감독은 아예 후보로도 선정되지 못했는데.
“한국의 영화상에서 한국 배우가, 프랑스 영화제에서 프랑스 배우가 상을 많이 타는 것은 당연하다. 아카데미의 심사위원 6,000명중 5,000명이 백인(White American)이라서 그런 결과가 나온다. 인종차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종의 표본과 통계의 문제랄까.”
-히트곡 ‘Just Two Of Us’에서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은 힘들다(It’s Full Time Job To Be A Good Daddy)’고 했는데, 실제로도 힘든가. 아들이 벌써 의류 토미 힐피거의 모델로 나왔는데.
“진짜 그렇다.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아이들 치다꺼리를 하는 것,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큰 아들 트레이(9)가 모델이 된 것은 아이가 원해서 한 것이다. 아이가 충분히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결정을 하게 도와줄 뿐이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주제곡(‘Black Suits Comin’)을 불렀다.
“사실 랩이란 독립적인 노래가 아니라 다른 노래 위에 가사가 실리는 것이다. 그래서 베토벤이나 바하의 음악 같은 것을 사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멜로디로 다가가게 한다.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사운드로 랩의 맛을 살리고 싶었다. 이 노래를 포함한 솔로 음반이 6월말 나온다.”
-12세에 래퍼로 데뷔, 그룹 ‘재지 제프 앤드 프레시 프린스’의 일원으로 그래미상까지 수상한 성공한 가수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배우로 더 유명하다. 가수와 배우가 인생에서 갖는 의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것이다. 나는 노래와 영화라는 두가지 방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행운아다. 더 다행인 것은 노래가 안될 때, 연기를 하는 식으로 슬럼프를 이기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
-직업란이 단 한칸뿐인 서류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쓸건가.
“무슨 프로젝트냐 눈치를 보고 결정하겠다(웃음).”
-존스와는 97년 1편을 찍을 때 처음 만났는 데 너무나 친해 보인다.
“존스는 매우 심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나. 그러나 그는 너무 너무 재미있는 사람이다. 5년 전에는 그를 그저 에너지가 있는 배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같이 연기해 보니 그는 일종의 ‘코믹함을 쏘아대는 장총’을 가진 사람이다.”
-올해 ‘스파이더 맨’ ‘매트릭스2’ ‘스타워즈-클론의 습격’ 등 유난히 대작 영화가 많이 나온다. 관객이 ‘맨 인 블랙 2’를 왜 보아야 하나.
(두 사람 모두) “어떤 영화보다 재미있으니깐. 게다가 우리 둘이 나오고.” “더더욱 우리 영화에는 말하는 개까지 나온다”(윌 스미스)
-말하는 개는 보기에는 재미있지만 영화를 촬영할 때는 썰렁했을 것 같다.
“개가 훈련을 잘 받은 때문인지 마치 사람들 말하는 걸 들으려는 것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다녔다. 영리한 개라서 즐거웠다. 게다가 ‘척’하는 게 우리 직업 아닌가. 그래서 진짜 말하는 개랑 연기하는 척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존스는 “개가 워낙 작아 아마 사람들에게 밟히지 않으려고 말을 듣는 척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연작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스미스는 “영화 인생은 일종의 유기체로 대표작을 꼽기가 매우 어렵다”고 답했고, 존스는 “하나를 꼽으면 다른 감독들에게 불공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