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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월드컵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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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월드컵 희비'

입력
200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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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반 걱정 반’으로 월드컵을 맞은 유통업계가 대부분 초라한 월드컵 중간 성적표를 받아 들고 울상이다. A학점의 환호는 없지만 나름대로 특수를 맞은 곳이 있는가 하면, 참담한 낙제점을 받은 곳도 있어 업태간 희비도 엇갈린다.▼F학점 = 재래시장

7일 오후 수백개의 액세서리 점포가 밀집한 남대문시장 내 대도상가. 평소 같았으면 한창 북적댈 보따리상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Y액세서리점 신모(48ㆍ여)씨는 “월드컵이 시작된 후 고객이 평소의 20~30%로 줄었다”고 말한다.

외국인들의 주요 관광 코스인 남대문시장의 불황은 주 고객인 해외 보따리 상인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기 때문. 상인들은 보따리 상인들이 월드컵 때문에 국내 항공편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태원 상가 역시 마찬가지. K가방 상점의 점원 김모(27)씨는 “월드컵 공동 개최로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데다 국내 경기도 전국 도시에서 분산 개최돼 외국인들이 쇼핑을 즐길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D학점 = 백화점

피크타임인 오후3시30분~오후6시 무렵이 월드컵 경기 시간대와 겹치면서 백화점도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 매장은 ‘월드컵 한파’를 겪는 대표적인 곳.

롯데 관계자는 “본점 식품매장은 일본인 고객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5월에 비해 매출이 10% 이상 하락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외국인 숙소와 인접한 다른 백화점 역시 “외국인은 그림의 떡”이라고 푸념한다.

외국인 쇼핑객이 평소보다 2~5배 가량 늘긴 했지만 기념품 등만 구입할 뿐 실제 매출 증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C학점 = 홈쇼핑, 패션몰

TV홈쇼핑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는 편. 매출 급감이 우려됐지만 경품 행사 등을 통해 ‘평년작’은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LG홈쇼핑의 경우 개막전이 열린 지난달 31일, 한국팀의 첫 경기가 있던 4일 오후시간대 매출이 오히려 평소보다 10% 늘어났다. LG홈쇼핑 관계자는 “축구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주부와 여성들을 겨냥한 상품 구성과 경품 행사 덕분”이라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몰 역시 한국전이 열리는 시간 대를 제외하고는 타격이 크지 않다. 동대문 두타 관계자는 “내국인 쇼핑객이 다소 줄긴 했지만 비동남아권 쇼핑객 증가로 매출이 평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B학점 = 할인점, 편의점

식음료 소비 증가로 편의점 업계는 짭짤한 특수를 누리고 있다. LG25의 경우 아이스크림류(38.8%) 맥주(32%) 음료(25.8%) 등 월드컵 수혜 품목의 선전과 함께 6월 들어 평소보다 매출이 10% 가량 늘어났다.

특히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지는 대학로, 광화문, 역전 등에 위치한 편의점들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대형 할인점들도 매출이 평균 10~15% 늘어났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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