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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새로운 예술을 창조했다…'상상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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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새로운 예술을 창조했다…'상상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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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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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자들' / 대니얼 부어스틴 지음“상상력이 미지의 형태를 품고 있을 때면/ 시인의 펜은 그 형태를 구체화하고/ 또 그 하찮은 사람에게/ 작은 자리와 이름을 부여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에서)

셰익스피어 자신이 상상력에 아름다운 문자의 옷을 입힌 사람이었다. 이 작업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예술의 창조자들’의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을 만하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창조물이 특별하게 빛나는 것은 그의 상상력이 역사적인 의미와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는 창조적인 예술가와 도시의 청중들이 협력하는 중요한 순간에 등장했다. 그 시대의 대중은 ‘독자’가 아니라 ‘관객’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울고 웃으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힘입어 깊은 내면과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의 희곡이 거둔 창조적인 성취라고 할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J.부어스틴(88)의 1992년 작 ‘창조자들’에는 ‘상상의 힘으로 세계를 창조한 위대한 영웅들의 역사’라는 부제가 달렸다.

부어스틴은 시카고대 교수, 미국 의희도서관장을 역임한 저명한 역사학자. 그가 자신의 저서에 대해 직접 밝히는 설명은 보다 구체적이다.

“이 책은 모든 예술 분야의 창조자들이 어떻게 우리의 경험을 넓히고, 아름답게 꾸미고, 환상적으로 만들고 제공해 왔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예술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가져다 준 선구자들이다. 독자들은 어떻게 피카소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가치를 높여 주었는지, 어떻게 호메로스가 제임스 조이스를 빛나게 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창조자들’은 부어스틴의 다른 책 ‘발견자들’(1983) ‘탐구자들’(1998)과 함께 3부작을 이룬다. 이 책들은 국내 번역됐다.

저자 스스로 말한 것처럼 ‘창조자들’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역사를 탐구한 것이다.

이 책에서 부어스틴이 붙잡은 역사의 줄기는 ‘예술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가져다 준 선구자들’의 이야기다.

부어스틴이 이 예술의 영웅들을 통찰하는 기준으로 삼은 것은 역사를 일구는 인간의 힘 가운데 하나인 ‘상상력’이었다.

그는 상상력의 힘으로 독특한 우주관을 창조한 고대 신들의 세계로부터 시작해 영화라는 현대의 대중예술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세 권의 두터운 책에 아우른다.

부어스틴이 선정한 상상력의 영웅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또다른 창조를 이룩한 사람, 괴테와 호메로스, 필론 등이 그들이다.

이들과 함께 기존의 성과를 완전히 전복해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한 사람으로 워즈워드와 피카소, 엘리엇, 보카치오 등을 거론한다.

괴테는 파우스트의 전설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해 불후의 명작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신학자 필론은 선배 철학자 플라톤의 사상을 창조 과정에서의 인간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매개로 삼았다.

피카소는 이미지를 공간에 맞춰 배치하던 전통 규범의 감옥에서 탈출했다. 보카치오는 단테 문학작품의 모호한 우의(寓意)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인간의 사랑과 욕망, 재치와 속임수의 세계로 돌아왔다.

작곡가 모차르트와 베토벤, 작가 발자크와 조이스, 화가 미켈란젤로와 모네, 철학자 몽테뉴와 루소 등 전방위로 예술의 영웅들을 훑으면서, 저자는 ‘계승’과 ‘전복’의 업적을 함께 탐색한다.

이 책은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저서는 아니다. 여기에다 저자 자신의 기호가 뚜렷하게 반영돼 ‘좋아하는 인물의 좋아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썼다는 인상이 강하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부어스틴이 ‘창조자들’을 기술하는 방식은 이런 것이다. 자신이 흥미를 갖고 있는 것만 쓰고 관심 없는 것은 쓰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단점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대중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이론으로 무장한 딱딱한 전개가 아닌, 다소 감상적이지만 유쾌하고 활달한 묘사가 일반 독자에게는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까닭에 “내용이 미비하고 감정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부어스틴은 경쟁자를 찾기 힘든 놀라운 역사가”라는 평가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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