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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첫승 드라마] (4·끝)깨지며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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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첫승 드라마] (4·끝)깨지며서 배운다

입력
200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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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3개 대륙에 걸쳐 광활한 대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항상 가장 험난한 길을 택했던 승부사로 알려져 있다.알렉산더 군대는 상대편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험한 지형으로 공격을 감행해 대제국을 만들어 갔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깨지면서 배운다’논리도 비유하자면, 쉽고 무난한 길을 대신 험난한 길을 택함으로써 목표를 이뤄낸 알렉산더 대왕의 승부수와 다를 바 없다.

대표팀 정해성 코치는 지난해 컨페드레이션스컵 프랑스전과 8월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연이어 0_5로 대패했을 당시 히딩크 감독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정 코치는 “온갖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며 “그 때 ‘히딩크 감독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패는 예견됐던 일이고 오히려 한국의 문제가 드러나 다행이라는 히딩크의 생각에 100% 동조할 수는 없었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는 그에게 신뢰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우물 안 개구리’에 그쳤던 한국축구를 세계의 연못으로 내던졌다. 히딩크는 연이은 대패에도 눈 깜짝하지 않고 강 팀과 경기를 해야 진짜 한국팀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는 주장을 밀어붙였다.

“상대는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한국 선수들을 농락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위축돼 있고 순진하게만 행동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 히딩크는 우리 선수들이 깨지고 넘어지면서 격렬한 국제축구에 적응해 가길 기대했던 것이다.

히딩크 사단이 출범이후 월드컵 전까지 치른 A매치는 총 32회. 여기에는 프랑스 2번, 잉글랜드, 체코, 스코틀랜드, 크로아티아와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 나이지리아, 세네갈전이 망라돼 있다.

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가졌던 평가전 횟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다.

국민의 엔도르핀을 돌게 하는 만만한 상대와의 경기가 아니라, 깨지면서 배울 수 있는 강 팀과의 경기는 20회 정도.

당장의 승패보다는 실전 경험을 높이고 세계무대에 적응할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달 26일 프랑스전에서 한국이 선전한 뒤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는 나의 선택이 맞았음이 입증돼 기쁘다”는 말로 지난 1년 5개월의 힘겨웠던 여정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그의 이 말에 한때 “대패할 경우 선수들의 사기만 떨어진다”며 비판했던 많은 국내 축구 전문가들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경주=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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