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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손의 발달이 인류진화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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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손의 발달이 인류진화의 원동력"

입력
200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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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지배하는 세상' /마틴 바인만 등 지음ㆍ박규호 옮김‘태초에 손이 있었다.’

‘손이 지배하는 세상’(1999년 작)의 저자 13명은 성경 창세기 1장 1절의 한 단어를 바꾼 이 문장에 열렬한 지지를 보낼 것이다.

방사선 종양학 연구원, 성형외과 전문의, 음악치료연구소장, 임상사회학 교수 등 독일의 각 분야 전문가들은 손에 관한 칼럼을 통해 “육체가 정신과 같은 자리에 놓인다”고 주장한다.

육체를 정신보다 아래에 두는 오랜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의사 마틴 바인만은 “손은 단순한 두뇌의 심부름꾼이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모든 움직임은 중추신경의 명령과 근육의 감각반응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 즉 손과 두뇌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틴 바인만이 제시하는 ‘대뇌피질 지형도’의 사례는 까다롭지만 흥미진진하다.

대뇌피질의 일정 부위를 자극하면 신체의 특정 부분에서 그 자극을 느낀다. 정수리 근처의 대뇌피질을 자극하면 발바닥 부위에 자극을 느끼는 식이다.

각각의 신체 부위를 그에 상응하는 두뇌 영역과 비례해서 그린 것이 ‘대뇌피질 지형도’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간의 기관 중 가장 커다랗게 나타난 것은 다리나 얼굴, 혀 등이 아닌 ‘손’이었다. “손의 발달이야말로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었다.”

엄지손가락을 사용하지 말고 옷의 단추를 채워 볼 것. 불가능한 일이다. 이 간단한 일을 하는 데도 엄지손가락의 기여는 절대적이다.

팔이 절단된지 수십 년이 지난 사람은 계속해서 없어진 손 부위의 통증을 호소한다.

‘환상통’이라고 부르는 이 증상은 손이 단순히 육체의 끝에 달려 있는 기관이 아니라 두뇌와 직접 연결된 기관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인간이 직립 보행을 하게 된 다음으로 한 일은 손으로 도구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손으로 벽화를 그렸고, 글자를 썼다. 예술과 역사의 기원이다.

철학자 페터 야니히의 예언은 육체 노동자를 폄하해온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기도 하다.

“손 노동과 입 노동의 화해는 십중팔구 불가능할 것이다. 입 노동자들이 개념과 논의에 혼동을 일으켜 자신들의 이론을 뒤바꾼다고 해서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입 노동자들은 손 노동자들이 그동안 지켜왔던 침묵을 깨고 입 노동자들에게 일갈을 가할 날이 조만간 다가올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것 같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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