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 지브리미술관…미야자키의 애니가 현실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 지브리미술관…미야자키의 애니가 현실로

입력
2002.06.08 00:00
0 0

토토로가 마중 나오고 고양이 버스를 타볼 수는 없을까?미야자키 하야오(宮岐駿)의 애니메이션에 맛을 들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꿈꾸었을 그런 공상을 실현시켜주는 곳이 있다.

도쿄(東京) 미타카(三鷹)시 이노카시라공원 서쪽 숲에 자리잡은 미타카숲 지브리미술관이다.

2001년10월 개관한 지브리미술관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설계하고 구석구석마다 그의 손길이 닿아있는 미야자키월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그리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르기까지 스튜디오지브리의 작품 중에서도 미야자키의 작품의 지향이 뚜렷히 표현된 곳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마친 후 아직 차기작에 들어가지 않은 그가 요즘 가장 많은 애정을 쏟는 곳은 지브리미술관.

“미술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이 있다. 자업자득이지만.”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장편에서 은퇴하더라도 미술관에서 상영할 단편만큼은 계속 만들겠다고 밝혔었다.

입구부터 토토로가 맞아준다. 관람객이 사진 찍기 좋아하는 곳. 하지만 진짜 출입구는 따로 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지브리미술관이 한눈에 펼쳐진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처럼 이 미술관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는 바람대로 미야자키는 딱딱한 직선의 틀에 갇히기보다는 자유롭게 흘러가는 유연한 곡선으로 상상력을 분출시켰다.

지하1층 지상2층의 구조지만, 지하층도 야외와 연결돼있어 어두컴컴한 땅밑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관장인 그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宮岐五朗)는 “미술관 자체를 하나의 전시물로 기획했다”고 말한다.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엿보는 재미에 빠져드는 상설전시실. 파노라마박스 등 기계가 전시된 ‘영화가 태어난 곳’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영화가 시작되는 곳’에서는 창작의 현장을 느낄 수 있다.

나이든 노인의 작업실, 젊은 여성의 작업실, 작화실로 컨셉트를 달리해 꾸며진 전시실에는 미야자키가 직접 그린 스케치가 빼곡이 들어차있다.

‘원령공주’의 이미지보드, ‘마녀배달부 키키’ ‘이웃집 토토로’등의 배경화와 원화, 연출 콘티, 집필 메모에 앞으로 애니메이션화할지도 모르는 ‘라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프까지 전시돼있다.

기획전시실에는 ‘센과 치히로…’의 영광과 고뇌가 한자리에 모여있다.

유리관속에는 1만6,590만장에 이르는 ‘센과 치히로…’의 원화를 쌓아놓은 위에 베를린영화제에서 받아온 황금곰 트로피를 얹어놓았다. 작업진도 그래프, 기획서까지 공개돼있어 창작의 산고를 체험한다.

어린이들이 몰려드는 고양이버스방. 헝겊으로 만든 고양이버스는 움직이지도 않건만 아이들은 여기에 올라타고 구르는 것만으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천공의 성 라퓨타’로 컨셉트를 잡은 옥상 정원에는 동으로 만든 거신병 로봇이 자리잡았다. 애니메이션상영관 토성좌에서는 미야자키가 특별히 제작한 단편 ‘고래잡이’가 상영된다.

‘접근 금지’푯말도 없고 미리 짜여진 관람 순서도 없다.

자유롭게 드나들며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벤치에 달린 손잡이 장식물은 특별한 의미도 없지만 아이들은 호기심에 돌려본다.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미야자키 하야오.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는 “어린이들이 마음놓고 놀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전한다. 지브리미술관은 그 같은 꿈을 실현하는 실마리인 셈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