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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서점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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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서점을 살려야 한다

입력
200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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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의 역사를 지닌 종로서적이 4일 최종 부도처리 돼 우리 사회에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던져주었다.지성의 산실로서, 혹은 추억의 약속장소로서 지난 시대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종로서적이 창립 100주년을 얼마 앞두고 쓰러졌다는 것은 잘 나가던 한 서점이 좌절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날 서점은 교양주의적 독서를 즐기는 사람을 위해 선택된 양서가 놓여진 공간을 넘어 폭 넓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공간이자 기초생활 문화 공간이다.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으로는 도서관이 있지만 우리 도서관들은 도대체 책을 구입할 줄 모르기 때문에 서점이 그 역할까지 떠맡아야 했다.

때마침 신문과 방송이 책 소개 지면과 프로그램을 늘리고 책을 읽자는 사회적인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최근의 독서 시장은 매우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서적 소비 증가율은 27.2%로 1995년 3·4분기(37.9%) 이후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출판의 아킬레스건은 항상 유통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가 몰아 닥치기 시작한 97년 말에 5,407개였던 서점은 지난 해 말 2,696개로 줄어들었다.

서울대를 비롯해 각급 학교 90개가 있는 인구 52만의 서울 관악구에는 불과 25개의 서점만이 살아 남았다.

이른바 '동네서점'은 거의 괴멸된 지 오래며 서점 폐업 혹은 도산의 파고는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중형 서점과 대형 서점에게까지 들이닥쳤다.

지금 매달 수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또 다른 대형서점도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종로서적과 같은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종로서적의 도산 원인은 80년대부터 계속된 강경한 노조와 경영진 간의 대립, 창업자 가족간의 갈등 등 내부 요인과 온라인서점의 등장으로 야기된 출혈할인 경쟁과 같은 외부 원인으로 대별된다.

종로서적은 몇 차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97년 5월에 국내 최초로 온라인서점을 여는 등 여러 차례 개혁을 시도했다.

특히 대형서점의 주 고객층이 30~40대 전문독자로 바뀜에 따라 주차장 구비가 필수적이어서 강남 혹은 주변으로의 장소이전이 고려됐지만 그 때마다 내부 갈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내부 문제는 어떻게 해결된다 하더라도 서점 폐업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인 외부 환경 변화는 한 서점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전자상거래의 대표 주자를 자임한 온라인서점은 도서정가제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막가파식'으로 출혈경쟁을 일삼으며 매출을 확대해 왔다.

온라인서점은 풍부한 도서정보 제공을 통한 잠재 고객의 창출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원천적으로 과도한 물류비가 소요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온라인서점의 원조인 아마존닷컴이 아직까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독일 일본 등의 출판 강국들에서조차도 온라인서점은 줄줄이 도태되고 있다.

근본적인 사업구조로 인해 발생되는 누적 적자에 시달려온 국내 온라인서점 매출 순위 1, 2위 업체인 'yes24'와 '와우북'은 지난달 합병을 발표해 충격을 던져주었다.

현재의 유통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매출이 증가할수록 적자폭이 늘어나면서 몸집만 부풀리며 불안한 행보를 계속하는 한두 개의 온라인서점과 100여 개의 오프라인서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사실에 출판인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빨리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원칙을 복원해야 한다.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전원 합의로 통과된 뒤 법사위에 계류중인 '출판 및 인쇄 진흥법'을 통과시키는 것도 구체적인 한 방안이 될 것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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