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응원열기와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던 서울 광화문 일대가 이번에는 전례없는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월드컵 한국-미국전이 열리는 10일 서울시청 앞 등 인근 도심에 운집하게 될 수십만 응원인파가 경기결과에 따라 자칫 반미시위로 변질될 가능성 때문이다.경찰을 비롯한 비롯한 보안 당국도 이미 초비상 상태에 돌입한 상태이며, 인터넷 등에서는 반미감정을 표출하는 글들이 대거 오르고 있다. AP AFP 등 외신들은 7일 “월드컵 축구 한-미전을 앞두고 고조되는 반미분위기에 한국 당국이 벌써 초긴장 상태”라는 내용의 뉴스를 일제히 타전했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지난번 우리의 수준높은 응원문화에 쏠렸던 세계의 경이로운 찬사가 한 순간에 비난과 조소로 바뀔 수 있다”며 스포츠에 지나친 정치색 개입을 자제토록 당부하고 있다.
■붉은 물결에 갇혔던 미대사관
4일 한국과 폴란드전 당시 광화문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어 서울 세종로 1가 주한미대사관 건물을 완전히 에워쌌다. 평소 1인 시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미대사관으로서는 처음 겪는 사태였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오노 사태’와 F-15K파문 등으로 촉발된 반미감정이 식지않은 마당이어서 10일 대사관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일 경우 불상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한국팀이 패하거나 경기 중 미국선수가 ‘더티 플레이’를 할 경우에는 기름을 들이 붓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한총련이 이날 100~200여명단위로 집결 반미구호가 적힌 붉은 티셔츠를 나눠주려 한다는 첩보을 입수, 더더욱 표정이 굳어있다.
■ 경찰 인의 장막 두른다
경찰은 일단 10일 서울시청 앞 광장을 내줘 길거리 응원단을 대폭 남하(南下)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앞 대형 전광판도 이날은 시청앞으로 옮겨놓는다. 이와 함께 경찰 53개 중대 6,000여명을 동원, 한국통신과 교보빌딩 사이에 3중의 장막을 둘러 길거리 응원단의 미대사관 접근 자체를 원천 봉쇄할 예정이다.
■ 달구벌도 초긴장
경기자소인 대구의 긴장감도 덜하지 않다.이곳은 평소 미군부대와 시민단체간의 잦은 마찰로 인해 대미 감정이 썩 좋지 않은 곳.이에 따라 경찰은 10개 중대를 동원,캠프 헨리,캠프 워커,캠프 조지 등 미군 부대로 통하는 가로를 전면 봉쇄키로 했다. 또 훌리건에 대비한 3개 부대와 예비대 5개 부대를 경기장 안팎에 배치하고 경기장 1km 안팎에 10개 중대를 추가 배치,기습적인 시위를 차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도덕적 승리를 위한 응원을
한편 이날 '붉은 악마'응원단은 미국전을 앞둔 입장발표를 통해 "우리의 목적은 오직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힘찬 응원을 펼치자는 것"이라고 밝혀 반미응원을 배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응원단은 이어 "동계올림픽에서의 미국의 행태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우매한 일"이라며 "우리는 도덕적,문화적,정신적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응원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응원단은 "최근 내부토론에서 단지 웃어보자는 뜻으로 '오,필승 코리아'를 '오 노,USA'로 바꿔 부르자는 얘기도 나왔으나 곡해의 여지가 있어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대구=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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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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