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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게놈시대] (1)생명공학 시장 선점에 사운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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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게놈시대] (1)생명공학 시장 선점에 사운을 건다

입력
200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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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지도의 완성은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인간게놈 지도를 토대로 유전자의 기능이 규명되면 암 당뇨 등의 난치병 극복은 시간문제일 뿐이다.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생명공학을 미래 핵심산업으로 선정,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고, 민간기업 역시 유전정보로부터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트 게놈’ 시대를 선점하려는 세계적인 제약기업들의 발빠른 대응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뉴욕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코네티컷주의 소도시 그로톤. 세계 2위(매출 기준)의 다국적 제약기업 화이자의 심장부인 ‘글로벌 R&D 센터’가 위치해 있다. 사전 약속을 했는데도, 엄격한 신원확인 절차를 밟느라 정문 통과에 30분이 소요됐다.

취재 신청 2개월만에 이뤄진 방문이었다. 뉴욕 본사의 아시아지역 담당자는 외부인사의 연구소 방문이 이례적인 듯, 취재 목적과 구체적인 인터뷰 내용은 물론 기자의 이력서까지 미리 요구했다.

연구소 홍보 담당인 리즈 엘리자베스는 “그로톤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잠수함 기지가 자리잡은 천혜의 요새지역”이라며 “보안이 중시되는 생명공학 기업의 R&D 센터 부지로는 최적의 장소”라고 소개했다.

화이자의 전 직원은 8만5,000 명. 이 중 15%인 1만2,000명 가량이 석 ㆍ박사, 의사 등 연구 인력이다.

76만 평 부지에 들어선 글로벌 R&D 센터에는 800명의 연구원과 4,200여 명의 지원인력이 근무한다. 내부 시설구조는 철저히 연구 중심이다.

2년 전 2,500만 달러(약 320억 원)를 들여 신축한 연구동은 생물학자와 화학자들이 같은 층에서 함께 토론하며 근무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돼 있다. 병원, 은행, 약국, 매점, 여행사, 식당 등 편의시설도 완벽히 갖춰져 있다.

도서관에는 신약을 만드는 데 이용되는 액체와 고체 화학물질 100만 종이 빽빽했다. 화이자는 2006년까지 이 숫자를 3배로 늘려 포스트 게놈 시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의 올해 연구개발비는 53억 달러(약 6조7,000억 원).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전체 연구개발비 3,000억 원의 20배가 넘는 액수다.

이 중 3분의 1 가량이 개인의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는 비교 유전체학, 신약 개발에 유전체 연구를 접목하는 약리유전학 등 게놈 관련 연구에 집중 투자될 예정이다.

이 연구소 조지 밀른 박사는 “게놈 지도 해독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지만,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포스트 게놈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우선 연구기반을 확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1999년 바이오 벤처기업이 밀집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유전체학(genomics)을 집중 연구하는 ‘기술 개발 센터(DTC)’를 설립했다. 연구소 책임자인 로드 맥켄지는 “우리는 독특한 연구환경을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70명에 불과하지만, 하버드 MIT 등 세계적인 대학 및 수백 개의 바이오 벤처 기업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대 제약기업인 영국 글락소 웰컴과 스미스클라인 비참이 2000년 말 합병한 것도 포스트 게놈을 선점하려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글락소 웰컴은 최근까지 매출의 13% 가량인 20억 달러를 R&D에 투입했지만, 그 비용을 30억 달러 이상으로 늘려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합병을 단행했다.

합병 이후 자본금 1,700억 달러로 세계 최대의 제약업체로 자리잡은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은 올해 40억 달러(약 5조8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 예산을 쏟아부어 인간게놈과 유전학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화이자 등 11개 거대 제약기업은 이미 1999년 4월 컨소시엄을 구성, 총 15억 달러를 투입해 단일 염기서열(SNP)을 찾는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SNP는 인간유전자에서 1,000개의 염기마다 1개꼴로 나타나는 개인과 인종간의 유전적 편차를 가리킨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같은 약을 사용해도 반응이 제각각인 것은 바로 SNP 탓이다. 질병과 연관된 SNP를 찾아낼 경우 개인의 체질을 반영하는 ‘맞춤약’이 현실화할 수 있다.

화이자 글로벌 R&D 센터의 조지 밀른 박사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컨소시엄이 찾아낸 SNP를 기초로 본격적인 신약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특히 암을 일으키고 진행시키는 유전자를 ‘과녁’으로 하는 신약 개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총 매출 기준 세계 1위의 제약기업인 미국의 머크도 최근 아스트라, 존슨앤존슨 등과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지난 해 7월엔 유전자 분석 기술이 뛰어난 ‘로제타 인파머틱스(Rosetta Inpharmatics)’라는 바이오 벤처기업을 6억3,000만 달러에 인수,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따른 ‘맞춤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유전학 분야의 선도적인 기업을 통째로 사들여 신약 개발비를 줄이고 ‘미래의 신약’을 손에 넣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머크 홍보실장 그레고리 리브스는 “유전정보를 신약 개발에 응용하려면 엄청난 개발비가 들어간다. 연구소를 신설하기 보다는 기존 조직을 최대한 활용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대학연구소나 벤처기업 등과 제휴해 연구효과를 극대화 하겠다”고 말했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약 개발로 연결할만한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바이오 벤처와 결합,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해 2월 MIT 생물학 교수였던 한국계 과학자 피터 김(44)을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도 포스트 게놈에 대비한 것이다.

피터 김은 “게놈 해독에 발맞춰 연구 및 신약 개발 기반을 신속히 갖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전 정보의 활용은 기존 신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터 김은 “인간 유전자와 질병의 연결고리가 규명되면 각종 질병의 발생 가능성과 시기도 예측이 가능하다”며 “머지 않아 암, 당뇨, 치매 등 주요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기능이 밝혀져 획기적인 ‘맞춤형 신약’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로톤(미 코네티컷주) 화이트하우스 스테이션(미 뉴저지주)=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게놈이란…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염색체에 담긴 유전자를 총칭하는 말이다. 우리 몸은 약 65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각 세포 안에는 지름 0.01㎜정도인 핵이 있고, 여기에 23쌍(46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인간의 유전정보를 담은 염색체는 사다리를 꼬아 놓은 것 같은 실 모양의 DNA가 겹겹이 중첩된 구조.

DNA 안에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타민 등 네 가지 염기가 서로 짝이 되어 결합돼 있다. 46개의 염색체 안에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이 있으며, 염기의 배열순서에 담겨 있는 염색체군의 정보를 통틀어서 ‘게놈’이라고 한다.

전체 염기서열 중 실제로 단백질을 합성하면서 우리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10만 개 내외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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