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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4차 포클랜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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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4차 포클랜드 전쟁

입력
200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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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처참함을 전세계에 드러내는 점에서 월드컵 축구는 전쟁이다.그러나 사람을 죽이거나 재물을 파손하지 않는 점에서 이 전쟁은 문명적이다. 패자가 4년 후 보복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전쟁이다.

7일 밤 펼쳐질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한판이 기대된다. 이 경기는 '죽음의 조'의 두 최강 팀이 벌이는 대결이라고만 해서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벌일 경기는 바로 '제4차 포클랜드 전쟁'이라 할만 하기에 더 흥미롭다.

■제1차 포클랜드 전쟁은 1982년 전투기와 잠수함이 동원된 진짜 전쟁이었다. 적지않는 사상자가 나왔지만 전쟁치고는 희한한 구경거리였다.

남대서양의 황무지 포클랜드 섬을 놓고, 인공위성과 첨단 전자장비가 동원된 새로운 전쟁이었다. 영국은 원정함대를 보내 아르헨티나를 제압하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전쟁의 승리로 마가레트 대처 영국총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소위 신자유주의를 만개시켰다. 아르헨티나는 이 전쟁패배로 군부독재가 무너지는 계기를 맞았지만 국민적 자존심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제2차, 제3차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를 혼내 주었다. 전쟁은 포클랜드 해역이 아니라 월드컵 그라운드였다.

1986년 아르헨티나는 '신의 손'을 가진 명장 디에고 마라도나를 멕시코로 보내 8강전에 진출한 잉글랜드팀을 분쇄하고, 황금빛 FIFA컵을 안고 개선했다.

그리고 1990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 발티스투타를 선봉장으로 세워 다시 한번 잉글랜드를 침몰시켰다.

잉글랜드는 이 전투에서 오언이라는 신병기를 선보이는데 성공했으나, 반칙퇴장으로 패전을 초래한 베컴은 반역자로 몰려 곤욕을 치렀다.

■이들의 전장은 다시 일본 사포로 돔으로 옮겨졌다. 이번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가장 치열한 명승부가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는 역전노장 발티스투타가 강력하게 버티고 있다.

잉글랜드는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접고 스웨덴에서 감독을 영입해서 지리멸렬했던 팀을 재건했다. 화려하게 부활한 베컴과 오언은 일본여성의 전폭적 지원을 받게 될 것 같다.

세계 최고의 명심판 피엘루이지 콜리나가 주심을 맡는다. 모두 흥미거리다. 내일 조간에 실릴 '제4차 포클랜드 전쟁' 상보가 궁금해진다.

김수종 논설위원기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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