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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창간48주년 특집/40代 "치이고 눌리긴 싫다" 主流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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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창간48주년 특집/40代 "치이고 눌리긴 싫다" 主流로 부상

입력
200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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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교복, 자주색 가방, 빡빡머리, 중국집, 뾔갈, 마지막 아날로그세대, 구조조정세대, 위기의 세대, 낀세대….’현재 나이 40대, 1970년대(80년 초중반 포함)에 청춘을 보낸 50년대(60년대 초반생 포함)생. ‘475세대’라고도 불리는 아나털(아날로그와 디지털사이에 낀 40대)에게도 그들의 선배들이 겪은 것들에 못지 않는 시대의 암울이 있었다.

교련반대 데모와 위수령 발동, 유신헌법 공포와 긴급조치 1~9호 발동, 민청학련 사건, 장발족 일제단속,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피살, 12ㆍ12 군사쿠데타 등등….

◈ 양쪽으로 고민했던 그들

사회 곳곳에 깊게 스며 들었던 유신독재의 살기로 동료의 하숙방에서 쓰디 쓴 소주를 들이키며 자신의 비겁을 담배연기와 함께 날려보내며 힘겹게 청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배고픔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 민주화에만 매달렸던 386세대의 단선적 고민과는 달리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충돌하는 2중의 고뇌를 겪어야 했던 그들이다.

자기의 목소리를 낼 겨를도 없이 고도성장의 끝물에 실려 몸을 받쳤지만 IMF라는 구조조정 폭풍의 한가운데 서서 먼저 직장을 떠나야 하는 불행도 맛봐야 했다.

50, 60대의 경륜에 밀리고 386의 돌풍에 치여 고개를 숙여야 했던 40대. 그들이 정치와 문화ㆍ사회의 주류로 컴백하고 있다.

‘개혁과 통합’을 내건 노무현(盧武鉉) 돌풍을 일으킨 ‘노사모’가 대표적. ‘너무 나간다’는 비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40대가 주역인 노사모는 기존 정치권을 강타하며 충격파를 던졌다.

이 뿐이 아니다. 아나털을 겨냥한 문화산업도 급부상중이다. 40대를 겨냥한 콘서트와 연극 등이 성황을 이룬다.

락음악이나 추억의 노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KBS2 TV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에는 40대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오후 8시 이후면 중년 대상의 라이브로 운영되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1층 ‘오페라하우스 카페’엔 40대들로 북적댄다. 추억의 가수들과 통기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달에 2번 정도 이곳을 찾는다는 김병희(金炳熙ㆍ43ㆍ사업)씨는 “이곳을 찾으면 추억이 묻어 나오고 40대의 문화가 생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 사이버ㆍ북에도 40대 바람

40대의 사이버커뮤니티인 피플475닷컴(www.people475.com)을 운영하는 ㈜넷피플이 지난해 11월 회원들의 오프라인 번개모임장소로 서울 대학로에 문을 연 라이트 카페 ‘넷가’. 과거에 대한 향수(鄕愁)와 문화에 대한 향수(享受)욕구를 동시에 즐기고 채우려는 중년들로 활기가 넘친다.

책가방 한 귀퉁이에 넣고 다니며 읽었던 조흔파의 ‘얄개전’과 최요안의 ‘남궁동자’, 70년대 국민학교국어 교과서가 ‘다시 읽는 국어책’이라는 이름으로 복간돼 사랑을 받고 있다.

40대 이야기인 은희경의 ‘마이너 리그’나 여성학자 박혜란의 ‘나이듦에 대하여’ 등도 베스트셀러군에 들어가 있다.

아나털의 색깔내기는 잡지로도 표출됐다. 피플475닷컴이 5월 오프라인 버전으로 월간지 ‘피플4080’를 창간했다.

‘40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그들의 삶을 집중 조명했고 넋두리에서부터 66년부터 20년간 ‘여학생’지에 연재됐던 이상무 화백의 추억의 만화 ‘노미호와 주리혜’에 이르기까지 40대가 공감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송창식 양희은씨 등의 노래를 담아 최근 나온 음반 ‘프렌즈’는 통기타 시절을 그리워하는 중년들의 사랑으로 판매 순위 상위권에 드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아나털의 놀라운 컴백은 인터넷상에 그들을 위한 사이버커뮤니티가 등장하면서 연대의식이 강화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피플475닷컴이고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고 의견을 나누는 40클럽닷컴(www.40club.com), 중년의 건강 사업 여가생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씨스콤닷컴(www.ciskom.com), 40대의 건강커뮤니티인 뱃살닷컴(www.batsal.com)등도 인기다.

각종 채팅사이트에 어김없이 40대들을 위한 대화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컴맹ㆍ넷맹세대로 불리던 40대들이 인터넷에 뛰어들고 있다.

정진홍 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에서 40대가 주축이면서도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오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40대가 살아야 나라가 사는 만큼 가정ㆍ직장ㆍ사회에서 40대의 기를 살려주고 그들을 위한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1987년 입사 43세 팀장 김재여씨

“각종 게이트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개혁노력을 중단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1987년 대한통운에 입사, 16년째 영업파트에서 근무해 온 김재여(金在茹ㆍ43) 영업1팀장은 ‘중단없는 변화’를 희구했다.

회사내 중간관리자, 중학생 두 아들, 작은 가게를 운영해 생활비를 보태는 아내,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시작한 주식… . 평범한 40대, 하지만 그는 변화와 개혁을 얘기했다.

김 팀장의 변화에 대한 애착은 사회기득권 세력으로 편입되는 40대가 이전의 40대와 다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대학에서 유신에 반대하고 사회초년병시절 ‘넥타이부대’로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지원했던 경험에서 잉태됐다.

“최근의 게이트 사건은 역으로 우리사회가 그만큼 투명해 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김팀장은 “그 투명성은 지금까지의 개혁과 변화를 위한 노력에서 온 것인데 이를 중단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직장내 중간간부로, 집안의 가장으로 40대의 삶은 고단하다. 김팀장은 “IMF이후 좁아진 취업문을 보며 20대를 측은하게 생각하지만 어느새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내 자신을 돌아보며 긴장한다”고 털어놓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 무섭게 뒤쫓는 후배들,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 등에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김 팀장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틈틈히 공부해 경영지도사 등 자격증 3개를 따놓았다.

“내 뿌리를 기억하기 위해 30여년전에 떠난 고향을 아직도 본적으로 갖고 있다”는 그는 그러나 “이 나라를 피해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정신과 의사 기고/"평범한 40대여,힘을 내자"

어느 시인이 “20대에 반항아가 되어 보지 않는 것도 문제요, 40대에도 아직까지 반항아로 남아 있다면 그것은 더욱 문제”라고 했다.

20대라면 새로운 것이 빠져서 앞 뒤 가리지 않고 천방지축 남의 말을 안 듣고 몰입하게 되고 그래서 반항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40대가 되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앞날을 생각하여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정상이다.

사회 구성원으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가 20대의 인생 성패의 기준이라면 40대에는 사회지도층으로 승격하느냐 못하느냐가 인생 성패의 잣대가 된다.

20대에는 대부분이 사회구성원으로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일부가 이에 실패한다. 반면 40대에는 지도층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소수요 나머지는 평범한 시민으로 남는다.

20대에 사회구성원으로 진입 못하면 낙오자가 되지만 40대에 지도층으로 튀지 못한다고 낙오자는 아니다.

그러나 40대에 평범한 시민으로 남게 되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낙오자가 아님은 물론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박탈감, 좌절감, 소외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바로 한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을 가진 중산층이요, 경험을 통한 지혜로 한 사회를 건전하게 이끌어 가는 여론 주도층이다.

한참 열기가 오른 월드컵에 비유해 보자. 축구선수 한 사람으로 보아도 허리와 하체가 튼튼해야 훌륭한 선수가 되고, 팀으로 보아도 허리에 해당하는 미드필더가 충실해야 이긴다.

바로 이 허리와 하체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바로 특출나게 성공하지는 못했어도 건전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남아 있는 40대들이다.

우리는 너무 성공지상주의에 빠져있다. 40대에 특출나게 빼어나야만 제대로 대우받는 풍토가 지배한다.

그런데 40대에 빼어나게 돌출할 수 있는 사람, 즉 부자, 회사 임원, 저명한 학자, 고위 공직자 따위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되지 못한 사람을 우습게 안다.

그래서 우리의 평범한 40대는 화가 난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데 가장 공로가 큰 데도 우습게 취급당하는 것에 분노한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한다.

20대의 여론은 뭘 모르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60대의 여론, 자기 앞가림에 급급한 이기적인 여론이다. 40대의 여론, 바로 한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건전한 여론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도록 그들에게 말을 하게 해야 한다. 평범한 40대의 기를 키워주어야 한다. 오해를 없애기 위해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60대다.

/김이영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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