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오르면 서울 증시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까요??’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48년만에 월드컵 첫승의 쾌거를 달성,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증시도 ‘월드컵 효과’ 기대감에 들떠있다.
국가 신인도 및 기업 브랜드가치 제고, 월드컵 특수에 따른 기업실적 호전 가속화, 유ㆍ무형의 사회경제적 에너지 향상 등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 강화가 상승 모멘텀을 잃은 최근 증시에 힘을 불어넣는 보약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
실제로 월드컵 관련주가 모처럼 상한가로 치솟는가 하면, 미 증시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3일 연속 상승했다.
“월드컵을 계기로 국제 투자기관들이 한국 경제 및 증시를 재평가하면서 우리 증시가 한단계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첫승에 너무 흥분,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특히 월드컵 수혜주를 무분별하게 쫓는 등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것은 금물이며 경제전반 활력제고와 증시 체력 강화라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월드컵 열기 증시로 분출될까
한국이 폴란드를 2대0으로 꺾은 다음날인 5일 개인 투자자들은 월드컵 수혜주를 찾아 다니느라 쉴새없이 뛰어 다녔다.
이날 스포츠복권 판매사인 로토토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이어갔고 스포츠신문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에 일간스포츠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일간스포츠 관계자는 “최근 가판 판매율이 100%를 넘어 20%의 증부를 할 정도로 매출이 호황세”라고 밝혔다.
또 휴대용 TV 판매량이 급증한다는 소식에 도원텔레콤이 상한가로 올라섰고 광고 수주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에 SBS도 1.35% 상승했다. 특히 맥주가 동이 났다는 소식에 하이트맥주와 두산도 강세였다.
활발한 월드컵 경품 행사로 매출이 늘 것이라는 전망에 현주컴퓨터가 4.57%나 올랐고 신세계(2.71%)와 현대백화점(1.58%) 등 백화점업종도 상승, 마감했다.
◈ 해외 시각 “한국 축구 뿐 아니라 경제도 달라졌다”
그러나 월드컵의 진정한 효과는 개별주의 상승이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 경제와 증시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홍콩의 정론지 신바오는 ‘한국축구, 한국경제처럼 자랑스럽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은 튼튼한 한국 경제에서 기인한다’며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에서 신속히 벗어났을 뿐 아니라 이미 휴대폰, 자동차, 영화 등이 전세계를 풍미하는 등 지속적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극찬했다.
특히 신바오는 수출 의존형 한국 경제가 내수 위주로 바뀐 점과, 은행 및 재벌의 연결 고리가 끊어짐에 따라 경영 투명성이 향상된 점에 주목했다.
최근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도 한국 대표 기업으로 ‘베스트 11’을 구성, 발표하며 “그동안 한국 기업은 투자에 비해 수익이 적었고 한국 축구 역시 노력이나 시간에 비해 결과가 낮아 고전했으나 이제는 모두 수익과 결과가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가 선정한 대표 기업은 공격수로 삼성전자 LG전자 CJ39쇼핑, 미드필더로 LG화학 SK텔레콤 국민은행 KTF, 수비수로 삼성SDI 포스코 신세계, 골키퍼로 한국전력 등이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오종문 상무는 “월드컵이 외국인들에게 한국 경제를 다시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월드컵 효과”라며 “주요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효과까지 맞물리면 조정장이 마무리되면서 반등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혜주 옥석 가르기 필요
그러나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가 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팀의 첫승과 16강 진출 기대감이라는 심리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실질적인 수혜 여부를 따져보면 식음료 업종과 광고업종, 미디어 이외에는 진정한 수혜주를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박재훈 차장도 “월드컵은 사실 하나의 이벤트로 경제 펀더멘털의 변화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증시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차분히 2ㆍ4분기 실적 호전 저평가주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 고수들의 조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월드컵은 올해 증시의 가장 큰 재료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재료로서의 가치를 점차 잃고 있다”며 “흥분하기 보다는 축제가 끝났을 때 무엇이 남을 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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