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6월7일 영국 소설가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가 91세로 작고했다.런던 출신의 포스터는 케임브리지 대학 동창 명부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영국 지배계급의 일원이 될 자격을 획득했지만, 그의 눈길은 늘 영국 바깥을 향했다.
그가 동경한 세계는 고대 그리스, 이탈리아, 인도 같은 시공간적 원격지였다.
대학 졸업 뒤 포스터는 이탈리아로 건너가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천사가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에’(1905), ‘가장 길었던 여행’(1907), ‘전망 좋은 방’(1908) 같은 초기 작품들은 이탈리아에 체류하며 쓴 것이다.
그러나 포스터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이 대뜸 떠올리는 작품은 ‘인도로 가는 길’(1924)일 것이다.
식민지 인도의 찬드라포아를 무대로 젊은 영국인 판사 가족과 젊은 인도인 의사를 등장시켜 인도의 영국인 커뮤니티와 인도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그린 이 대작(大作)은 서로 다른 문화적 전통과 권력 배경을 지닌 집단 사이의 소통의 어려움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한 개인이 또 다른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 돌파해야 하는 심리적 긴장의 양상에도 섬세한 촉수를 들이대고 있다.
땅 위에서 숨쉬는 사람 여섯 가운데 하나는 인도인이지만, 인도는 유럽인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사람들에게도 탈속과 극빈의 이미지가 버무려진 신비의 나라다.
그러나 고대 동아시아인들이 인도를 천축(天竺)이라고 불렀을 때 이 나라의 이미지는 모든 위대한 것들의 발상지, 극락 세계로서의 서방정토에 가장 가까운 속세였다.
인도인들은 리그베다를 비롯한 찬란한 종교 문학을 낳았고, 불교라는 심오한 종교 철학을 분만했으며, 수학 사상 획기라 할 만한 0의 개념과 방정식의 해법을 발견했다.
그들은 또 자신들의 언어를 관찰해 문법을 체계화할 줄 알았던 최초의 인류였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