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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창간48주년 특집/기고/"한류열풍 현실안주보다 세계겨냥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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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창간48주년 특집/기고/"한류열풍 현실안주보다 세계겨냥 전략 필요"

입력
200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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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싱가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한류(韓流)는 “우리 문화 상품도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역사적 사건이다.그러나 현실에 만족할 수는 없다. 세계각국이 다투는 문화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류를 버전업할 전략을 수립할 때가 왔다.

한류의 실체를 파고들어가 보면 안도감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을 묵직한 전략보다는 드라마 몇 편에 명운을 걸고 있는 불안정한 구조 때문이다.

몇 년 새 드라마를 비롯한 문화콘텐츠 수출이 급격한 신장세를 보인 것도 사실이나, 마켓을 둘러보면 언제 바닥날지 모를 제한된 상품으로 당장의 숫자 만들기에 몰입해있는 모습이 위태롭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특징지워질 만큼 문화적 역량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전망이다. 승자 독식(Winner takes it all)의 원칙은 방송영상콘텐츠 산업에도 적용된다.

방송콘텐츠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해야할 일은 제작과 배급 전반에서 기본틀 혁신. 물론 문화콘텐츠의 품질 경쟁력부터 확보하는 게 기본이다.

프로그램 제작 공정을 과학화하고 상품으로서 가치있는 대형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위한 파이낸스 기능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예산으로 집안잔치용 프로그램 만들기에 길들여진 소박한 태도로는 세계 시장 공략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비좁은 내수시장용이 아니라 제작도 글로벌형으로 정비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집하기 보다는 국제 공동 제작과 현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등 종합상사식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산 반도체가 세계 시장에서 정상을 지키게 된 데는 최소한 20여년 전부터 세계를 겨냥한 전략을 견지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품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상품 가치를 극대화하는 배급 역량은 우리가 소홀해 하는 부분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들고 나가 판매하는 초보적 단계에서 나아가 공격적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단계다.

현지 방송채널에서 고정 편성시간대를 확보하고 삼국간 거래, 그리고 방송채널 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마케팅 마인드도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신뢰할만한 방송콘텐츠 배급 전문 창구를 국가적 차원에서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단계다.

국내 방송시간의 30%를 넘게 차지하면서도 ‘저예산 저품질’의 악순환 고리에 묶여있는 외주제작 물량을 수출확대를 위한 첨병으로 활용할 방안과 토대를 고민해 볼 사항이다.

방송영상컨텐츠전문펀드를 구성하고 파이낸스 기능을 활용하려는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독립프로덕션 프로그램이 방송콘텐츠의 수출드라이브를 주도할 차세대 주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류는 문화상품의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시기였다. 이제 그 가능성을 발판으로 삼아 문화 상품이 ‘동방으로부터의 북소리’가 돼 본격적으로 세계로 울려퍼져나가기 위한 전략을 다듬고 숨고르기를 할 때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만 쫓아 일희일비하는 근시안적 태도보다는 5년후, 10년후를 대비하는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80대 20의 원칙이 냉정하게 적용되는 문화산업시장에서 우리의 미디어기업들이 세계 10대 기업군에 포함되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과연 지나친 욕심일까?

/박재복 한국영상물수출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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