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생활패턴까지 확 바꿔놓고 있다.한국 대표팀의 선전으로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면서 ‘월드컵에 죽고 사는’ 마니아들이 속출, ‘월드컵 라이프(Worldcup Lif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루 종일 ‘축구’ ‘축구’
IT관련 벤처업체를 운영하는 윤모(38)씨는 월드컵 시작 후 새벽별을 보고 출근한다. 축구 마니아인 윤씨는 월드컵 전 경기를 보겠다고 결심, 대회 기간에는 ‘새벽 출근ㆍ조기 퇴근’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를 싸들고 오후3시께 집에 돌아온 윤씨는 경기내용까지 기록해가며 3~4경기를 즐긴 뒤 밤 11시께 잠자리에 든다.
프리랜서 작가 한모(38)씨의 일과는 정반대. 한씨의 월드컵 삼매경은 오후 8시께부터 시작돼 새벽 녹화중계와 특집프로그램 시청까지 이어진다.
다음날 느즈막하게 일어난 한씨는 서둘러 일과를 처리한뒤 저녁 8시면 다시 TV앞에 들러붙는다.
■오후 3~11시는 ‘월드컵 타임’
일반 직장인ㆍ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중계 때문에 대학 강의실에는 이 시간 이후에는 결석자가 속출하고 도심교통량도 이 시간대에는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서울경찰청 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후 오후4시께면 도심교통량이 평소보다 30%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휴일인 6일 서울 근교 유원지 관광지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회사원 김모(32)씨는 “집에 틀어박혀 3경기를 꼬박 시청했다”며 “아파트 주차장도 세워놓은 차들로 종일 빈자리가 없었다”고 전했다.
월드컵에 몰입한 시민들이 경기시작 전ㆍ후에 쇼핑에 나섬에 따라 쇼핑몰과 편의점 등의 매출 피크도 ‘월드컵 타임’을 전후해 파도타기를 하고있다.
■후유증도 만만찮아
하지만 월드컵 경기 재방송, 하이라이트, 특집방송 등을 좇아 TV앞을 떠나지 않는 월드컵 중독자도 벌써부터 속출하고 있다.
특히 한밤중까지 이어지는 TV시청으로 신체리듬이 깨지면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서울 강남구 K신경정신과에는 월드컵 이후 불면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평소보다 배 정도 늘어났다.
또 열광적인 응원과 몰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성균관대 가정의학과 박용우(朴用雨) 교수는 “월드컵은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크지만 지나친 몰입은 대회가 끝난뒤 주체못할 허탈감 등으로 이어져 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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