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의 프랑스를 16강 탈락 위기에서 간신히 구한 선수는 노장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31)의 스프링 같은 몸놀림이었다.6일 우루과이와의 A조 2차전에서 그는 지단이 결장하고 앙리마저 퇴장당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온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무실점 선방, 프랑스는 16강행의 마지막 희망을 간직하게 됐다.
사실 그는 이날 보이지 않는 영웅이었다. 티에리 앙리가 퇴장, 10명이 싸운 프랑스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공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바르테즈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후반 초반에만 3차례의 결정적인 위기를 막아내자 프랑스는 자신감을 확인했고 총공세를 지속했다.
양팀이 거친 파울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차분한 대응으로 우루과이의 실바와 로메로, 로드리게스 등의 결정적 슛 10여 개를 막아내며 프랑스팀의 공격에 힘을 실어줬다.
수적 우세를 보인 우루과이는 전후반 내내 프랑스 골문을 두드리며 수차례 결정적 골 찬스를 맞았지만 번번이 바르테즈의 선방에 막혀 골네트를 흔들지 못한 채 비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부산구장의 관중은 바르테즈가 골을 막을 때마다 박수와 함성으로 그에게 성원을 보냈다.
잉글랜드 프로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인 바르테즈는 뛰어난 반사신경과 민첩함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골키퍼. 이 때문에 그는 세계 축구 강호들 사이에서 ‘프랑스의 골문 앞의 높은 산’과 같은 존재로 인식돼왔다.
98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치른 7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고 브라질과 맞붙은 결승전에선 브라질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호나우두의 결정적인 슛을 수 차례 막아냈다. 때로는 보기에도 위태롭고 대담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그는 신예 선수들이 급성장해 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동안에도 세계 최고 골키퍼의 자리를 고수해왔다.
부산=월드컵특별취재단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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