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원활한 도로 시스템은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이 시스템은 마치 우리 몸 안의 핏줄과도 같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도시는 곧 동맥경화증 환자처럼 건강을 잃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자동차의 급증을 도로가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체 인구의 45%, 차량의 46%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 수도권에서 도로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거의 모든 도로에서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이제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 인한 손실 또한 엄청나다. 교통개발연구원은 교통체증 손실비용이 2001년에 이미 19조원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일차적 원인은 교통수요에 대한 장기적 예측과 이에 따른 도로 시스템 설계가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충분치 못한 재원 때문에, 이미 설계됐던 도로건설 계획마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점 또한 큰 원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최근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다. 광역 순환교통체계 구축, 도심 교통량 분산 및 우회 설계 등의 노력이 나타나고 있고 재원 확보를 위한 민자(民資) 유치 등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SOC 민자유치사업 경우는 민자유치촉진법이 1994년 제정된 이후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이것은 전세계적인 민간에 의한 SOC 건설 추세와 우리 정부의 재정 부족, 민간부문의 신규 SOC 사업을 통한 수주 확대 및 수익성 제고라는 이해가 일치한 탓으로 이제 민자유치사업은 SOC 건설에 있어서 중요한 사업시행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SOC 민자유치사업은 말 그대로 민간이 시공과 운영을 통해 SOC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해당 민자유치사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및 편익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여 사업의 시행여부만을 결정할 뿐 이후의 사업은 거의 모든 부문을 민간 사업시행자가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들어 지역 이기주의나 각종 이해집단의 반대는 민자유치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 같이 공권력이 없는 민간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일이 되고 있다. 일례로 수도권에서도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몇몇 민자사업이 이런 저런 이유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대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것이다. 도로 건설로 잘려 나갈 나무 몇 그루만 보고 더 많은 자동차 매연 탓에 동맥 경화증에 앓는 도로는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사찰이나 주거 지역의 피해만 생각하고 더 많은 지역의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 이기(利己)일 수도 있다.
물론 환경 차원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자동차 매연도 없고 잘려 나갈 나무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증가하는 교통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도로 시스템 확보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사로운 이해를 떠나 국가 발전을 위한 모두의 지혜로운 선택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최병권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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