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딘 지단이 없는 프랑스팀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지단이 빠진 1, 2차전서 한번도 이기지 못한 프랑스는 이 같은 의문을 떨쳐내기 힘들게 됐다. 지단 없는 프랑스의 실력은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단은 챔피언팀을 좌우할 만한 실력을 갖췄다. 그는 세계에서 제일 몸값이 비싼 선수이자 세계최고의 게임메이커다. 1998년 프랑스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하자 엘리제궁 인근에 모인 150만 인파는 “지단을 대통령으로”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그는 축구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로 팀에서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98년 월드컵, 유로 2000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지만 지단이 없으면 어딘지 허점을 드러내곤 했다. 94년 이후 지단이 출전한 27경기에선 모두 승리했지만 지단이 빠진 18경기서는 겨우 8번만 이겼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르메르 감독도 지난달 26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허벅지를 다치지 않았다면 세네갈과 우루과이전에 지단을 출전시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짓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덴마크와의 마지막경기에는 지단을 출전시키지 않고 이번 대회 가장 큰 난관인 아르헨티나 또는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 대비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으로 지단이 출전하지 못하면서 르메르의 계획은 완전히 빗나갔다. 세네갈과의 개막전에서 0-1로 지는 수모를 당하는가 하면 16강 진출여부를 가릴 수 있는 우루과이전에서도 악전고투끝에 무승부를 기록, 예선탈락의 위기까지 몰렸다.
열명의 평범한 군사보다 한명의 뛰어난 장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르메르 감독은 “우루과이전에 출전할 정도의 몸 상태가 아니다”고 안타까워하며 이날 교체멤버로도 투입하지 않았다. 자력으로 인한 16강진출이 어려워진 프랑스가 11일 덴마크와의 최종전에 지단을 출전시켜 기사회생할지 주목된다.
부산=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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