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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창간48주년 특집/20代 "도전 좋지만 안정 더 좋아" 보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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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창간48주년 특집/20代 "도전 좋지만 안정 더 좋아" 보수화

입력
200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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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 목표요? 부자로 잘 사는 거죠.”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김현모(가명ㆍ28)씨는 최근 역시 금융계에서 일하는 삼촌의 도움으로 현재의 회사로 옮겼다. “성공을 위해서는 집안, 학벌, 연줄 등 모든 것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요즘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적금 들어서 언제 큰 돈 벌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서다. 현재의 회사에 오래 다닐 생각도 없다. “경력을 쌓고 인정받으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옮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

◈ 직장은 ‘대우, 결혼은 ‘안정’

패기와 개방성, 도전의식으로 특징 지워지던 20대가 달라지고 있다. 모험보다 안정된 생활을 중시하고 학연, 지연의 보호막을 오히려 즐기며 산다.

좋은 조건이라면 직장은 언제라도 옮길 수 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이력서 공간이 부족할 정도라는 임재현(28ㆍ林在炫)씨는 “회사가 평생 내 인생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고 젊었을 때 좋은 대우의 회사를 옮겨 다니며 돈 벌어 빨리 은퇴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임씨가 1년 반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거친 회사는 무려 5군데. 공무원으로 시작, 대기업, 인터넷컨설팅 회사를 거쳐 현재는 이집트계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의 조사에 의하면 73~78년 생의 구직희망자 49만8,629명 중 30%가 전 직장에서 일한 기간이 1년 미만인 ‘메뚜기족’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결혼관은 안정지향적이다. 의류회사에 근무하는 한모(27ㆍ여)씨는 “배경과 조건이 맞아야 행복한 결혼 생활도 가능하다”며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은 오히려 무책임한 소리”라고 말한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李雄鎭) 대표는 “20대 초반에는 지역차, 학력차, 집안차이 등 모든 조건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다가도 결혼 적령기에 이르면 대부분이 결혼에 대해 오히려 부모 세대들보다 보수적이 되어 간다”고 전했다.

◈ ‘부자처럼 살겠다’

20대의 또 다른 지향점은 ‘부자는 못 돼도 부자처럼 살고 싶다’는 것이다. 해외로 휴가를 다녀 오고 골프를 배운다. 명품을 살 수 없으면 ‘짝퉁’(모조) 명품이라고 구입해 부자티를 내고 싶어 한다.

돈에 대한 집념과 애착도 기성세대를 능가한다. 제일기획이 전국의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1년 한국 대표 세대들의 특징’에 따르면 ‘돈은 인생에서 중요하고 관심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대답한 20대의 비율이 67%로 전세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같은 수준의 또래끼리 노는 ‘수평적 집단주의’ 성향도 강해졌다. 휴대폰, 인터넷메신저 등 첨단 기기를 끼고 살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사람하고만 이야기한다.

언어 습관에서도 ‘썰렁하다’거나 ‘깬다’(황당한 소리한다)며 다른 사람의 말을 ‘생까버리고’(무시하고) ‘폭탄’(얼굴이 못 생긴 이성)이라 무시하고 ‘허걱’(놀라움을 표시하는 말) 등 극단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것들을 아예 배제해 버린다. 인터넷이 생겨나면서 이 같은 특징은 더욱 두드러졌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동호회 ‘초강파’는 서초, 강남, 송파구에 사는 이들이 모여 배타적인 그들만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클럽 프렌즈, 노블리안닷컴 등 학력, 소득 등을 입회 기준으로 삼는 폐쇄적인 집단도 늘어나고 있다.

◈ 외환위기와 인터넷 때문에…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黃相旻)교수는 20대 가치관 변화의 원인으로 외환위기와 인터넷의 등장을 든다.

IMF 이후 현실을 직시하게 된 20대들이 안정된 생활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하게 됐고, 이 때문에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세상에 어울려 잘 사는 것’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황교수가 ‘나이 든 어른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아들을 선호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배경이나 연줄이 중요하다’ 등 80여가지 질문을 통해 최근 실시한 ‘한국사회의 세대집단과 라이프스타일’ 연구 결과, 20대의 특징을 ‘물질주의적 봉건주의’로 결론 내렸을 정도다.

주식, 벤처 등을 통해 자본주의적 사고에 일찍 눈 뜬 것도 가치관 변화의 중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20대 부자가 속출하면서 ‘20대도 큰 돈을 벌 수 있고 쉽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민경배(閔庚培) 소장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20대는 갈수록 보수적 성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학생운동이 사그러들면서 20대 전반의 사회개혁 의지가 사라지고 학벌, 가정 등 기존의 울타리 속에서 안주하려는 특성이 형성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M세대 / 휴대폰 이모티콘으로 소통 '新인류'

사회의 변화가 현기증이 느껴질 만큼 빠르다. 그에 따라 새로운 감성과 행동양식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대의 출현도 빠르게 이루어 지고 있다.

X세대 N세대 M세대(Mobile Generation). 지난 몇 년 사이 탄생한 ‘신인류’를 가리키는 용어들이다. 이 들은 모두 현재의 20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이다.

그 시작은 ‘X세대’의 출현이었다. 하나의 특징으로 묶을 수 없는 세대, 혹은 하나의 특징으로 상징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세대라는 의미에서 정체불명이란 뜻의 ‘X세대’라고 불리웠다.

캐나다의 소설가 더글러스 쿠플런드의 소설 ‘X-제너레이션’(1990)에서 그 명칭이 유래한 X세대는 논리보다 감각을, 공동체보다 개인을, 문자언어보다는 영상언어를 더 선호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태지’에 열광했던 세대로 현재의 20대 후반을 가리킨다. 이들은 비록 기존의 권위와 문화에 대해 전복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지만 의식구조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이었다.

디지털시대의 등장과 함께 출현한 이들이 ‘N세대’와 ‘M세대’였다.

먼저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N세대’가 등장했다. 미국의 정보사회학자 돈 탭스코트의 저서 ‘디지털의 성장:네트세대의 등장’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이들은 인터넷과 함께 성장해 일방적인 정보의 주입을 거부하고 쌍방향의 소통을 바라는 세대들이다.

N세대를 이어 핸드폰으로 무장한 ‘M세대’가 나타났다. 이동통신을 의미하는 모바일(Mobile)의 M을 딴 이들은 N세대와 비슷한 의식구조를 지녔지만 이들보다 더욱 개인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

각각 인터넷과 핸드폰을 주요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는 만큼 ‘N세대’와 ‘M세대’는 소통언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N세대 언어의 특징은 축약어에 있다. ‘방가(반갑습니다)’ ‘설(서울)’ 등 극단적인 축약어는 국어 황폐화의 우려마저 낳았다.

M세대의 소통언어는 핸드폰 문자메시지에 주로 사용되는 이모티콘(Emotion+Icon)을 특징으로 한다. 자신의 의사를 몇가지 기호로 전달하는 이모티콘은 자기들끼리만 소통이 가능한 언어로 더욱 개인화되고 분자화된 이들 세대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21세 여대생의 하루

“외롭다고… 심심하다고… 궁금하다고… 그럼 난 쏜다.”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3학년 ‘M(Mobile) 세대’ 송지현(宋智賢ㆍ21ㆍ여)씨의 하루는 오전7시 어김 없이 울리는 최신곡 휴대폰 알람으로 시작된다.

어제 무리한 탓일까. 송씨는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 버튼을 눌러 알람을 끈다. ‘10분만 더 잘래…’ 5분 뒤 그의 조그만 소망은 다시 울리는 알람에 물거품이 된다. 다시 꺼도 소용 없다.

최고 3번까지 입력할 수 있는 휴대폰 알람 서비스는 어릴 적 자신을 흔들어 깨우던 엄마의 손길보다 가혹하다.

송씨가 졸린 눈을 비비고 가방을 챙겨 몸을 맡긴 만원버스 안은 발 디딜 틈도 없다. 하지만 휴대폰을 조작할 자투리 공간만 있다면 그는 행복하다.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밤새 온 이메일을 확인한다.

군대 간 남자 친구의 메일도 있다. 답장을 보내고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아침 인사와 생일 축하 카드를 보낸다. 송씨의 휴대폰 타자실력은 300타, 액정이 깨져도 문제없는 그는 매일 50여 통의 문자를 보낸다.

수업시간 아무리 궁금해도 휴대폰은 오프(off)다. 송씨가 스스로 세운 최소한의 무선 에티켓이다.

오후3시 도서관. 최신 뉴스가 도착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열애설. 유료 인터넷 동영상에 접속한다. 내친 김에 다운 받은 버블 게임으로 잠깐 휴식을 취한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휴대폰으로 채팅을 하던 중 소리가 ‘삑삑’ 울린다. 휴가 나올 남자친구와의 약속을 알리는 일정관리 서비스다. 부랴부랴 무선 인터넷으로 개봉영화와 극장을 찾아본 뒤 버튼 몇 개를 눌러 간단히 ‘스파이더맨’ 표 2장을 예매한다.

오후9시 골목길은 음산하기만 하다. 이번엔 노래방 서비스를 연결해 god의 노래를 부르며 무서움을 달랜다.

송씨에게 휴대폰은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알람 시계, 인터넷 검색, 전자수첩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요술상자이며 생활필수품이자 친한 친구다.

그는 “깜박하고 휴대폰을 두고 오면 하루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휴대폰은 단순한 노리개가 아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집에 돌아오니 휴대폰 사용 내역서가 와 있다. 한달 이용료 24만 3,000원.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내 송씨는 벨 소리와 액정화면내용을 바꾼 뒤 예쁜 케이스에 담긴 52만원짜리 40화음 컬러폰을 애지중지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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