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드컵 대표팀이 우승 후보인 포르투갈을 누름으로써 전 세계가 놀랐지만 막상 미국 내에서는 승리의 열기가 뜨뜻미지근하고 썰렁하기까지 하다. 미국에서 축구 붐이 서서히 분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미국민에게 축구는 인기 스포츠가 아닌 게 분명하다.미국팀의 경기는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ESPN이 5일 새벽 5시(동부시간 기준)에 생중계한 뒤에 오후 3시에 녹화방영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팀의 승리가 확정된 오전 7시에도 주요 공중파 방송인 NBC, CBS, ABC 등은 스팟 뉴스를 내보내기는커녕 4일부터 시작된 9ㆍ11 테러 관련 의회 청문회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보도하는 등 태연했다.
축구 경기가 끝난 후 워싱턴 등 주요 도시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시내로 뛰쳐나와 환호하는 시민들도 거의 볼 수 없었다. 몇몇 레스토랑에서만 간간이 환성이 들렸다.
미국민과 미 언론의 이같은 반응은 월드컵 열기가 하늘을 찌를 듯한 유럽과 중남미, 아시아에 비하면 냉정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전국지라 할 뉴욕 타임스와 USA 투데이는 6일자에서 월드컵 승리 기사를 1면에 게재하기는커녕 스포츠섹션에서도 프로 농구 결승 시리즈와 이날부터 시작된 프로골프 US오픈 관련 소식 다음으로 보도했다.
이 같은 축구 홀대는 백악관에서도 드러났다. 스포츠광이라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비록 새벽 중계 방송이긴 하지만 미국팀의 경기를 시청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백악관의 아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이날 낮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은 그 시간에 콘돌리사 라이스 안보 보좌관의 보고를 받았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미국팀의 승리에 환호했고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스포츠면 하단 기사에서 “미국팀이 믿기지 않을 만한 승리를 거뒀다”고 전하고 “그러나 욱일승천의 기세인 홈팀 한국팀과의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USA 투데이도 “미국팀이 포르투갈을 이긴 것은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프랑스를 격파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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