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2년 6월6일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84세로 작고했다. 철학사에서 벤담이라는 이름은 공리주의와 떼어놓을 수 없다.벤담의 저서 ‘도덕과 입법의 원리들’에서 체계화된 공리주의는 행위의 기준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두는 윤리적ㆍ정치적 입장이다.
삶의 목적은 행복 추구에 있고, 가장 많은 사회 구성원이 가장 많은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행위가 가장 바람직한 행위라는 것이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쾌락을 조장하고 고통을 방지하는 것이 모든 도덕과 입법의 기초 원리다.
벤담은 이런 입장에 서서 쾌락의 계산법을 고안해냈다. 구체적으로 그는 강도ㆍ계속성ㆍ확실성ㆍ원근성ㆍ생산성ㆍ순수성ㆍ연장성(延長性)의 일곱 척도를 사용해 쾌락과 고통(음의 쾌락)의 양을 산출하려 했다.
벤담은 또 이와 관련해 쾌락이 부(富)에 고스란히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정한 단위의 부(富)가 추가로 만들어내는 행복의 양은 부의 양이 늘어날수록 줄어든다는 한계효용의 원리를 강조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 이래의 쾌락주의의 한 지류를 계승한 벤담의 공리주의는 19세기 후반에 초인(超人)의 철학을 내세운 니체에게서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이 독일 철학자는 “유럽의 상스러움, 근대적 아이디어들의 비속함은 모두 영국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일갈하고 고통이나 곤경, 비참한 기분은 삶의 완성을 위한 필수적 자양분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 출신인 벤담은 또 법학자로서 ‘의사(議事) 공개의 원칙’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의사 공개의 원칙이란 대의정치를 기본으로 삼는 입헌 민주정치 아래서 국회를 비롯한 합의체 기관은 그 의사 진행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이 원칙은 프랑스의 1791년 헌법에서 처음 명시된 뒤 오늘날에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제화되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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