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만큼 화법이니 어법이니 말이 문제가 되는 후보도 없다. 이미 언론들은 ‘노무현 화법’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강한 경상도 억양에, 때로는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표현, 현장에 강한 즉석표현, 단도직입적인 표현 등을 ‘노무현 화법’의 특성이라고 분석한 언론까지 있다.
이제까지 언론이 크게 문제 삼은 노 후보의 발언은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대미외교관계와 연관된 발언이다. “미국이 (나의 부상에 대해) 궁금해 하고 불안해 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불안을 조성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는 발언과 “볼 일 있으면 (미국에) 간다. … 국내정치용으로 사진 찍기 위해 가지는 않겠다”는 발언이다.
둘째는 ‘깽판’이니 ‘양아치’니 하는 비속어를 마구 사용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거친 언론관을 드러내는 발언들로 필요하다면 언론과의 전쟁을 불사하겠다, 언론은 국유화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이 셋 중에서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비속어 사용인 듯하다.
지난달 말경기도 정당연설회에서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라는 발언을 한 후 언론들은 드디어 그의 자질도 문제 삼기 시작했다.
그 발언 직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는 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보다 낮아지기 시작했음도 보여주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노 후보에게 문제로 삼아야 할 발언은 비속어 사용이 아니라 오히려 대미관계 발언, 언론관에 대한 발언이 아닐까 싶다.
미국과의 외교정책은 어떤 식으로 풀 것인가를 물었어야 했고 언론 국유화 가능이라는 당치 않은 발상은 더 추궁했어야 했다.
말은 말하는이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치른 전쟁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부르느냐, ‘아프간 공격’으로 부르느냐는 그저 용어문제가 아니다.
전쟁을 바라보는 생각의 문제이다. 비속어 역시 말하는이의 생각과 생활을 보여준다. 노 후보 성격은 직선적이고 생활은 ‘깽판’을 서슴없이 쓸 정도로 서민적일 것이다.
비속어는 사용자 품위를 떨어뜨리기는 하지만 표현의 생생함은 분명히 있다 (www.peevish.co.uk).인터넷세대들이 말의 '야생화'라는 비속어에 박수 짝짝 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우리가 가진 문제는 비속어를 쓸 만큼 솔직하지만,신중하기도 하고 품위도 있는 후보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그런데 솔직함과 신중함은 비례하기 어렵고 품위와 위선은 종이 한장 차이인 경우가 많다.
박금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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