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유럽전지훈련을 위해 비행기에 오른 거스 히딩크 감독의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1~2월 북중미 골드컵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의 부진 등으로 대표팀의 미래는 암담해 보였다. 고비용 저효율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유럽전훈에서 히딩크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과학적이고 강도 높은 체력훈련이었다. 스포츠생리학자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체력담당 트레이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지금이 체력훈련을 본격화 할 적기”라며 “체력훈련을 통해 6월이면 몸 상태가 100%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히딩크 축구가 새 전환점을 맞은 계기는 유럽전훈 중 가진 두 번째 평가전이었던 3월20일 핀란드와의 경기였다. 한국은 황선홍의 막판 2골로 2-0으로 승리, 2002년 첫 승을 기록했다.
그때까지 3무4패(PK 1승은 무승부로 기록)로 무승 행진을 거듭했던 한국이 전환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은 4월 중순 대구에서 월드컵을 향한 장기 합숙훈련 체제에 돌입했다. 5월2일 서귀포. 한국은 마지막 발진을 시작했다.
서귀포 준비캠프의 훈련과제는 월드컵을 앞두고 컨디션을 6월초에 맞추는 일이었다. 체력을 키우는 지옥훈련에 전술과 세트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는 비공개 훈련도 추가됐다.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가진 축구강국과의 세 차례 평가전은 한국의 월드컵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였다.
한국은 5월16일 스코틀랜드전(4-1), 21일 잉글랜드전(1-1), 26일 프랑스전(2-3)에서 잇따라 선전하며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고 4일 한국은 월드컵 첫 승을 이뤄냈다. 14전15기였고 48년만의 승리였다. 흘린 땀은 선수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체류기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다면 아마 그 시작은 유럽전훈이었을 것이다.
부산=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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