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한민국!”4일의 부산 월드컵 경기장은 한마디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경기가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관중석은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렇게 열광적인 분위기는 앞으로도 다시 겪어보기 어려울 것 같다. 선수단이 입장할 때 폴란드의 골키퍼 두데크가 이운재의 어깨를 감싸안고 나오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멋진 장면이었다.
폴란드의 국가는 정말 아름다웠다. 가사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멜로디가 너무나 감미롭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이렇게 크게, 가슴을 울리며 애국가를 불러본 적이 언제였던가? 나도 모르게 두 팀이 온 세계 축구 팬들이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멋진 경기를 펼치길 바라는 마음이 되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폴란드 선수들이 강력하게 밀고 나왔지만, 우리 선수들 역시 맹렬하게 맞부딪쳤다. ‘대~~한민국!’과 ‘오~~코리아!’의 함성이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전반 26분 이을용이 낮게 크로스 패스한 것을 황선홍이 그대로 하프 발리 슛으로 때려 넣자 부산 전체, 아니 한반도 전체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도 내 심장이 터져 나갈 만큼 소리를 질러댔다.
이날 아시아 팀의 성적은 ‘등차수열’이었다. 중국은 두 골 차이로 졌고, 일본은 비겼다. 결론은? 우리 나라가 두 골 차이로 이길 차례라는 얘기다.(이런 것을 ‘엉터리 수학’이라고 한다.) 후반 8분 유상철의 통렬한 오른발 강슛이 골 네트를 흔드는 순간 또 다시 한반도는 함성으로 뒤덮였다. 이제 2대 0이다. 나도 모르게 “침착해! 침착해!”를 부르짖었다. 우리 선수들이 폴란드의 맹렬한 공격을 당당하게 막아내며 날카로운 역습을 펼치는 동안 전광판의 시계가 멈췄다.
부산 하늘에 “이겼다! 이겼다!”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주심이 휘슬을 불며 두 팔을 쳐들었다. '월드컵 1승'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모든 관중이 붉은 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부르짖는 동안, 경기에서 진 폴란드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그때 왜 내 머리엔 감미롭고 감동적인 폴란드 국가가 떠올랐을까?
우리는 드디어 역사적인 ‘월드컵 1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우리의 다음 목표가 ‘월드컵 16강’이라면 이제 3분의 1 지점에 와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3분의 1의 성공’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