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던 미국의 거대 기업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즐로우스키(사진) 회장이 탈세 혐의로 4일 기소돼 순식간에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엔론사 케네스 레이 전 회장에 뒤이은 그의 기소는 미국 기업 경영 행태에 대한 신뢰에 다시 한번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회계사 출신인 코즐로우스키 회장은 1989년 타이코사 회장으로 취임, 10년 만에 시가총액 26억 달러에 불과했던 중소제조업체를 지난 해 말 현재 320억 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보안기기부터 의료장비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타이코사가 전세계 100여 개 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360억 달러에 이른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취미인 미술품 수집 과정에서 벌인 탈세이다. 뉴욕주 검찰은 코즐로우스키 회장이 르노와르와 모네의 명작 등 1,300만 달러 어치의 미술품을 구입하면서 100만 달러 이상을 탈세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죄를 주장해왔으나 최근 회장직을 전격 사퇴했으며 26일 재판에서 혐의가 인정될 경우 1~4년의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미술품을 구입하면서 타이코 직원들을 시켜 서류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탈세를 했다. 가령 지난 해 12월 그의 부인이 42만 5,000달러에 구입한 한 그림은 맨해튼의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뉴햄프셔 주의 타이코 본사로 배달돼 타이코 직원이 서류에 서명한 뒤 다시 그의 아파트에 걸렸다. 이 그림에 대해 그는 취득세를 내지 않았다.
검찰 수사는 앞으로 타이코사 경영 전반으로 까지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타이코가 여러 기업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부풀리는 편법을 써왔다는 불신이 투자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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