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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월드컵 주역들 "자랑스런 후배들 눈가에 이슬맺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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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월드컵 주역들 "자랑스런 후배들 눈가에 이슬맺혀"

입력
200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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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할 따름입니다. 목이 메어 말을 못하겠네요”경기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호각소리가 울리자 서울 성동구 옥수동 자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원로축구인 홍덕영(洪德泳ㆍ75)옹은 끝내 솟구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골키퍼로 출전해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패하는 수모를 겪은 지 48년 만이었다.

그의 기억대로 ‘가슴과 배가 얼얼할 정도’로 세차던 헝가리 선수들의 슛을 맞고 몸에 든 멍은 쉬 사라졌지만 마음 속의 멍은 평생 남았다. 그 멍이 4일 한국과 폴란드전 단 한 게임으로 깨끗이 풀어진 것이다.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홍옹은 이날도 경기 전 병원에 들러 서둘러 치료를 받았다. 홍옹은 “14일 인천에서 벌어지는 포르투갈전에는 꼭 나가 응원을 하고 싶은데 몸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당시 대표팀의 ‘베스트 11’는 홍옹을 비롯, 정남식 박규정 박재승 강창기 민병대 주영광 성낙운 최정민 우상권 박일갑. 이중 생존자는 홍옹과 정남식(鄭南湜ㆍ86)옹 등 5명 뿐이다.

이날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선 또 한명의 원로축구인 최광석(崔光石ㆍ74)옹이 6만 관중의 환호 속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꿈 같애, 정말 꿈만 같애.” 고희를 한참 넘긴 몸인데도 90분 동안 젊은이들과 똑같이 함께 한 응원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전반 26분 황선홍의 슛이 폴란드 골문의 네트를 가른 순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노축구인은 아예 자리에 앉지를 못했다.

최옹은 1954년 3월 일본과의 아시아지역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서 정남식옹과 무려 5골을 합작, 한국의 첫 월드컵 진출 일등공신이 됐다.

협회 내부문제 등으로 최종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소망하며 살아왔다.

“우리 땅에서 월드컵이 열리고, 하늘 땅 차이같던 세계축구와 어깨를 겨루다니, 정말 믿어지질 않아.”

한국OB축구회 황정일 총무는 “그 시절 엿새동안 비행기와 배를 번갈아 타고 월드컵에 출전, 세계의 벽을 실감했던 원로들이 오늘 경기로 평생의 한을 날려버렸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부산=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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