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정치 신인의 등용문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에겐 기회의 시민·사회·농민·종교단체 등 이른바 제3세력들의 선거참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민국당 등 기존 정당 외에 11개나 되는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에 등록을 했다는데, 그 출마의 변도 생태·환경보호를 앞세우겠다는 것에서 늘어나는 노령인구의 복지를 주장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면 유독 올해의 지방선거에서 이렇게 제3세력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지난 8년간의 지방자치가 보여준 병폐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역설적으로 지방정치를 경험하게 됨에 따라 지방정치의 중요성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된 것, 그리고 진입장벽이 낮은 지방선거의 구조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간 우리의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논리와 쟁점에 휘둘려 왔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영남은 한나라당이, 호남은 민주당이, 충청은 자민련이 지방의회와 단체장을 동시에 석권함에 따라 견제와 감시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못해 지방자치가 부패자치로 전락하게 되었다.
또한 각 정당들은 지역감정에 의존하여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자신감 아래 주민들의 의사보다는 중앙당과 지역·국회의원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이는 인물들을 공천함으로써 일당지배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부채질하였다는 것이 기성정당을 반대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현하는 토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하여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새로운 정치세력이 대거 참여하게 된 이유이다.
기초단체 선거는 정당공천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기성정당이 공천한 후보자들에 비해 인지도와 정치자금 등에 있어서의 열세를 감수하지 않고 비교적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선거의 낮은 경쟁률 또한 새로운 세력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는 요인이다.
98년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가 전체 선거구중 무려 19.7%가 무투표 당선된 것을 비롯하여 광역의회는 8.0%, 기초단체장은 9.9%가 무투표 당선되었다.
이러한 낮은 경쟁률은 지방선거에서의 당선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자신감을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주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전국농민회총회, 한국농어민후계자연합회,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의 사회·노동단체가 후보자를 냈는데, 이들이 낸 후보자중 과반수 이상이 당선하게 됨에 따라 이들 제 세력에게 있어서 지방선거의 벽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1인2표 정당명부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후보에 대한 지지와 정당에 대한 지지를 구분함으로써 후보 개인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새로운 소수 정당의 의석배출 가능성을 더 높인 것 역시 제3세력의 참여가 봇물을 이루게 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록 지난 8년의 지방자치 역사가 부패와 중앙정치의 정쟁판으로 변질되어 왔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주민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에서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정치세력이 대거 지방선거에 참여하게 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세력이 지방정치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 지금 당장 기성정당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성정당들이 계속해서 국민의 지지를 잃고 지역감정에만 의존한다면 결국 밑으로부터의 이러한 변화가 중앙으로까지 연결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 김민전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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