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전이 열리는 10일 기업은 업무대란?폴란드전이나 포르투갈전은 회사 업무가 종료된 오후 8시30분에 킥오프되지만 미국전은 한창 일할 시간인 오후 3시30분에 열리기 때문.
이날 직장인들의 동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기업들은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직원들을 억지로 책상 앞에 붙들어 맬 명분도 없고 그렇다고 업무를 아예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각종 대책을 마련,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 응원은 업무의 연장
10일 오후를 아예 휴무로 지정하거나 사내 대강당과 회의실을 단체 응원장소로 개조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무기기 전문업체 신도리코는 4일 중역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10일 오전근무, 8일(토요일) 8시간 정상근무’라는 ‘월드컵 임시 근무수칙’을 세웠다.
신도리코 아산공장의 노사가 10일에 한해 오전 근무 방침을 정하자 본사가 뒤따라간 것. 이날 회의에서는 “10일 정상근무하자”는 냉정한 의견도 있었지만 월드컵 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김성웅 실장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한-미전을 관람할 수 있는 복안”이라고 자평했다.
한솔그룹은 10일 오후 역삼동 본사 21층 대회의실에 대형 프로젝션 TV를 설치, 본사 직원 100여명 대부분이 참여한 가운데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김진만 과장은 “2시간 동안 못한 일은 야근을 해서라도 보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포털업체 라이코스 코리아의 150여명 직원은 붉은색 티셔츠와 얼굴페인팅, ‘코리아팀 파이팅’이 적힌 붉은색 응원손수건 등으로 ‘무장’, 이 회사가 입주한 서초동 미래빌딩 20층 대강당에서 미국전을 맞기로 했다.
코오롱그룹 직원들도 김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이 간부회의에서 “월드컵은 국가적인 축제이니 모든 직원들이 즐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제안함에 따라 미국전의 TV 단체관람을 기대하고 있다.
■응원 눈치족 등장
붉은 악마의 원격 응원전이 펼쳐질 서울의 대학로와 세종문화회관 앞, 아셈타워 광장에 인접한 기업들은 전광판 중계방송을 노린 직원들의 ‘거짓 외근’과 조퇴 사태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아셈빌딩에 입주한 소니코리아의 류정현 차장은 “부서장들이 부하직원의 응원 외출을 눈감아줄 공산이 크다”며 “창밖의 전광판을 보며 응원하는 직원들에게도 눈살을 주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광화문 인근에 사무실을 둔 벤처기업 F사의 문모 대리는 “10일 오후 3시에 협력사 직원과 약속이 잡혔다고 회사측에 둘러대 놓았다”며 “2시간의 업무 공백을 2시간 동안의 스트레스 해소로 상쇄시킬 참”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은 10일 대전 터미널의 노천 작업장에 대형 프로젝션TV를 설치해 현장 직원들이 틈틈이 TV를 볼 수 있게 배려키로 했다.
SK텔레콤과 LG그룹은 업무중 사사로운 TV 시청을 금지하지만 10일만큼은 ‘선처’를 베풀 방침이다. 대한항공도 이날 현장을 지켜야 하는 필수요원 외에는 자율적으로 TV를 관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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