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제 쾌승했지만 폴란드와 첫 경기를 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두 나라는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이번에 똑같이 6번째 출전했다.뼈아픈 전쟁과 외세통치로 민족이 겪어온 고난이나 파괴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도 같다.
단일 민족ㆍ언어라는 점도 공통점이며 애국심과 축구열도 비슷하다. 다른 점은 폴란드가 3위를 두 번 했으며, 한민족은 한 쪽만 출전했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구사회주의권에서 정치ㆍ경제적으로 가장 모범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제1의 대폴란드 투자국이며 폴란드로서는 중국 일본에 이어 아시아의 세번째 교역국이다. 대우자동차 파산으로 한국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졌다지만, 경제협력은 갈수록 활발해질 것이다.
4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서도 경제협력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나란히 경기를 관전한 두 정상의 속마음이야 당연히 달랐다 해도 경제협력을 통해 국가발전을 이루려는 생각은 같았을 것이다.
■1988년 올림픽위원장으로 서울에 온 데 이어 두번째 방한한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에프스키 대통령은 학생시절 축구선수였다.
체육부장관을 역임한 그는 선수단에 대통령 전용기를 선뜻 내주었다. 그는 방한에 앞서 국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통일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남북이 모두 대사관을 둔 나라이며 한국전 휴전 이후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참여해온 특수관계국이다. 축구광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월드컵 단일팀 구성에 일정한 기여를 할 수도 있다.
■축구황제 펠레도 그저께 기자회견에서 "2006년 독일 월드컵때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평화의 사절로 뛰겠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단일팀을 운영했던 경험을 되살려 2006년에는 한민족이 자랑스럽게 세계를 놀라게 했으면 좋겠다. 펠레의 말처럼 축구에는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 단일민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6ㆍ15선언 2주년을 앞두고 북에 대화재개를 제의할 예정이라는데, 앞으로 이 문제도 논의했으면 좋겠다. 2006년 이전에 통일이 된다면 단일팀은 자연스럽게 구성되겠지만.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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