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가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선수들의 표정은 결의에 차 보였다.그러나 그것이 경기 초반 오히려 선수들의 몸을 굳게 만든 듯 했다.
휘슬이 울렸다. 폴란드의 선공. 한국팀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긴 센터링으로 한국 문전을 두드렸다.
그라운드엔 잠시 긴장이 흘렀다. 1분이 좀 지났을 때 폴란드의 올리사데베가 오른쪽으로 패스, 크시노베츠가 슛을 날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3분 뒤 다시 스트라이커 주브라프스키의 왼쪽 센터링이 날카롭게 오른쪽 골대 앞을 지나갈 때 문전으로 달려들던 코지민스키를 바라 보며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11분께도 잠시 위기가 이어졌다. 48년만의 월드컵 첫 승은 멀게만 보였다.
그러나 이 때부터 태극전사들의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19분께 설기현의 센터링이 올라가고 유상철의 왼발슛이 아슬아슬하게 빗나 갔지만 이것이 자신감을 갖게 해 준 계기가 됐다.
이제 우리 전사들은 폴란드의 약점인 오른쪽 지역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첫 골도 왼쪽에서 나왔다. 이을용의 정확한 센터링과 황선홍의 왼발 논스톱 슛, 그야말로 그림이었다.
폴란드 선수들의 몸은 점점 무거워 보였다. 반대로 우리 선수들은 상승세로 치닫고 있었다. 움직임도 더욱 빨라졌다.
36분께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유상철이 오른발 슛이 터져 또 한번 경기장이 함성으로 뒤덮였다.
후반 휘슬이 울리면서 태극전사들의 몸은 더욱 탄력이 붙었다. 박지성의 논스톱 오른발 슛이 유럽 최고의 GK 두데크의 선방에 걸렸지만 이것은 유상철의 추가골을 예고했다.
위기 때마다, 큰 경기 때마다 한 방씩 터뜨렸던 유상철의 오른발 슛이 그물을 흔들었을 때 무덤덤한 표정이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세를 불렀다.
경기장은 온통 ‘대~한민국’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젊은 그들’이 메아리쳤다.
부산=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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