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인성(李仁星)씨의 홈페이지 ‘낯선 소설의 집’(www.leeinseong.pe.kr)의 두번째 글모음이 나왔다.2000년 9월부터 2001년 8월까지 오른 글들이다. 2000년 2월 25일에 문을 연 ‘낯선 소설의 집’의 초기 글들은 그해 10월에 나온 첫번째 글모음에서 종이 텍스트의 몸을 얻은 바 있다.
두 책 다 한정판으로 찍은 비매품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의 원본(原本) ‘낯선 소설의 집’이 종이 위의 부본(副本) ‘낯선 소설의 집’보다 훨씬 더 탐스러운 만큼, 종이책을 구하지 못한 이인성 독자들도 아쉬울 것은 없겠다.
‘낯선 소설의 집’은 기자가 방문해본 문인 홈페이지 가운데 가장 정갈한 공간 가운데 하나다.
집 주인이 이른바 인기 작가가 아니어서 방문객들도 그리 많지 않은 듯하고, 그 방문객들이 남기는 글도 집주인의 글을 닮아 차분해 보인다.
자유게시판에 해당하는 ‘열린 사랑방’에 오른 글들도 대체로 그렇다. 불의 뜨거움보다 물의 서늘함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나온 두번째 글모음에는 동료 문인들의 글방인 ‘안방 초대 문인’과 이인성씨의 글방인 ‘골방의 낮은 숨결’에 올랐던 글들이 묶였다.
초대된 문인들의 시와 산문도 다들 읽을 만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더 큰 재미는 책 뒤쪽의 ‘골방의 낮은 숨결’에 모인 이인성씨의 산문을 읽는 데 있다.
골방에서 이인성씨가 쓴 글들은 소설가 이인성이나 불문학자 이인성에게만 익숙했던 독자들에게 폭 넓은 관심의 ‘쿨’한 에세이스트 이인성을 소개한다.
이인성씨는 자신의 소설에서 문장 성분들의 위계를 또렷이 하기 위해 파천황의 겹쉼표를 사용한 적이 있을 만큼 문장 감각이 섬세한 작가다.
‘욕망과 이별할 수 있을까’라는 글에서 작가는 “소설가이므로 나는 상상의 힘을 믿는다(또는, 상상의 힘을 믿으므로 나는 소설가이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소설이 서사 이전에 스타일이라고 믿는(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소설가 이전에 문장가다.
그의 소설이 ‘낯선 소설’인 것은, 그래서 그 소설의 집조차 낯설게 되는 것은 그런 스타일에 크게 신세지고 있을 것이다.
이인성씨는 그런 신경질적이되 단아한 스타일로 동료 문인들의 시와 소설에 대해서, 신중현과 서태지의 음악에 대해서, 백남준의 예술에 대해서, 문학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나지막이 얘기한다.
‘문학에 대한 세 줄짜리 단상’이라는 글의 전문은 이렇다.
“상상은 탈(脫)-문법적으로, 그러나 문법 너머에 어떤 자존(自存)의 형식을 얽듯이// 사유는 반(反)-문법적으로, 그러나 문법과의 경계선을 끝없이 스치며 비껴 나가듯이// 표현은 정(正)-문법적으로, 그러나 문법의 틀을 문법 안으로부터 내파(內破)시키듯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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