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가 혼탁해 지고 있다. 과거와 같은 금품 살포, 향응 제공, 폭력 등 명백한 탈ㆍ불법은 줄었다고 하지만 흑색 선전과 인신 공격 등 저질 비방전이 깨끗한 선거 분위기에 먹칠을 하고 있다.또 유권자의 관심이 월드컵 대회에 쏠린 틈을 노린 네거티브 전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저질 비방이 급증한 것은 도덕적 시비에도 불구하고 법규 적용이 애매해 단속이 어려운 데다 상대방에 커다란 흠집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 후보의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의 게시판 등 사이버 공간을 악용한 흑색선전과 비방은 선관위가 올들어 찾아 내 삭제한 것만도 1,000건을 넘는다. 익명성 확보가 쉬운 반면 전달 속도는 과거의 인쇄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탓이다.
저질 비방전은 인천시장 선거를 둘러싼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 후보와 민주당 박상은(朴商銀) 후보의 공방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 후보는 선거 본질과는 무관한 “룸살롱 사장 출신이다” “병상의 부인을 방치했다”는 등 사실 확인이 어려운 경력을 문제삼아 신문 광고까지 동원해 연일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정책 대결이 사라지긴 서울시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와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측은 서로 의료보험료 납부액, 전세금 신고액 등을 놓고 사실 확인은 팽개친 채 일방적 비난을 퍼붓는데 열중하고 있다.
저질 입씨름은 지방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보는 중앙당이 더욱 심하다. 대통령 후보나 당 대표가 지원 유세에서 ‘양아치’, ‘시정잡배’, ‘깽판’ 등의 비속어를 남발하는가 하면 선거관련 논평에도 ‘거짓말 원조’, ‘후안무치’, ‘비리 원조’, ‘막가파식 행태’ 등 여유없는 표현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가 당 공식회의에서 민주당을 “새천년 미친당이구먼, 미친X당”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유지담(柳志潭) 중앙선관위원장이 3일 각 당에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비방ㆍ인신 공격에 치우칠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의 사전 선거운동으로 변질할 조짐을 보인다”며 비방 중단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도 혼탁 상황을 뒷받침한다.
지난 선거에 비해 질적으로는 개선됐다지만 선관위가 적발한 위반 건수는 크게 늘었다.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매일 130~140건이 선관위에 적발되고 있다.
선관위 김호열(金弧烈) 선거관리실장은 “이번 선거부터 본격 가동한 1만명의 유급 부정선거 감시단 활동과 선거 포상금의 대폭 인상 등 단속 여건이 바뀌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감시단은 공식활동을 시작한 지난달 18일 이후 지금까지 선관위 전체 적발건수의 54%를 신고했다.
그러나 막판 금품살포 우려는 어느 때보다 크다. 선관위 문상부(文相富) 조사과장은 “각 당의 경선 과정에서 금품살포 사례가 적지 않았다”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핵심 선거 운동원들에 대한 금품살포는 상당히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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