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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필라델피아 지수 연중 최저치…휘청거리는 美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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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필라델피아 지수 연중 최저치…휘청거리는 美증시

입력
200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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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가 깊고 어두운 하락 터널에서 헤매고 있다. 3일(현지시각) 미 나스닥 지수와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 치자 시장에선 심리적 공황에 가까운 투매가 일었다. 외국인 매매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나스닥 시장의 빨간불은 우리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걱정거리. 일각에선 미국발 악재로 지수 조정이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타이코 주가 26.8% 폭락

이날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지수는 무려 3.29%(53.17포인트)나 빠진 1,562.56까지 추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갱신했다. 심지어 미국의 간판격인 17개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23%(24.89포인트)나 급락하며 451.37로 마감, 지난해 10월31일 이후 최저치로 무너졌다. 전통주 중심의 다우존스지수도 2.17%(215.46포인트) 떨어진 9,709.79까지 하락, 연중 최저치(9,618.24)를 위협하고 있다.

미 증시의 급락은 경제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기업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 이날 시장에선 공급관리자협회(ISM) 5월 제조업 지수가 전달의 53.9보다 높은 55.7로 발표되고 4월 건설투자도 전달보다 0.2% 증가하는 등 지표만으로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매출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반도체 칩 회사인 자일링스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오자 시장 분위기가 일변했다.

특히 타이코그룹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인 데니스 코즐로브스키의 사임 소식에 타이코 주가가 무려 26.8%나 폭락, 하락장을 주도했다.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관련된 그의 사임은 “기업실적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불신을 더욱 키웠다. 또 매출을 부풀렸다는 논란이 제기됐던 에너지 중개업체 엘 파소의 찰스 라이스 수석 부사장이 자살했다는 소식도 시장에는 악재였다.

■달러화 붕괴 가능성 배제못해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미 증시 참여자들은 올해 이미 많은 손실을 입었다”며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투자자들이 자포자기심정으로 물량을 내놓고 있어 시장이 사실상 심리적 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투자자들이 호전된 경제지표 발표로 지수가 오르면 오히려 매도 기회로 삼고 있어 미 증시가 당분간 반등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성적인 고평가 논란도 미 증시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 편입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년래 최고 수준인 21~25배에 달해 이 보다 더 높은 나스닥 종목의 PER는 아직도 거품이 많다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미 증시의 고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이 확 좋아지거나 주가가 급락하는 방법 뿐인데 현재로선 후자 가능성이 더 크다”며 “미 증시가 안정되지 못한다면 우리 증시도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은 이날 달러화의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달러화 붕괴시 미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 시장 분위기를 더욱 암울하게 했다. 더블 딥 논란이 야기한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모두 달러화의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지만 달러화의 붕괴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금융시장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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