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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두타산…정상에 서면 멀리 바다, 발아래엔 무릉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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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두타산…정상에 서면 멀리 바다, 발아래엔 무릉계곡

입력
200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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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의 번뇌와 탐착을 버리고 불도를 닦는 수행.’ 두타(頭陀)의 의미이다.강원 동해시의 두타산(해발 1,352m)은 이름에서부터 종교적으로 예사롭지 않다.

예로부터 동해안 사람들에게 영적인 모산(母山)으로 대접을 받았다.

한때 10여 개의 절과 암자가 있었다. 전쟁과 풍파로 대부분 없어졌지만 아직 고찰 삼화사와 기도 도량인 관음암이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두타산 산행은 그 영적인 감흥을 확인하는 길이다. 간단하지 않다. 고행과 같은 두타의 과정이다.

산행의 출발점은 무릉계곡. 명경지수가 바위를 타고 흐르는 계곡이다.

워낙 풍치가 빼어나 1977년 일찌감치 국민관광지 1호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300~400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무릉반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위 가득 옛 풍류객들의 이름과 시가 새겨져 있다.

하나 같이 아름다운 글씨체이다. 조선의 명필 봉래 양사헌의 글씨도 있다.

반석을 지나면 1,3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찰 삼화사가 있다. 절을 넓히는 불사가 한창이다. 약 20분을 더 오르면 학소대.

커다란 바위 언덕이다. 바위를 타고 비스듬히 물이 흐른다. 날아가는 학의 모습을 닮았다. 학소대를 지나면 길이 갈라진다.

왼쪽 두타산성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신라 때에 만들어진 산성이다.

조선 태종 때 고쳐 쌓았는데 임진왜란을 겪으며 이 지역의 의병들이 끝까지 항전했던 곳이다. 고행이 시작된다. 산성터부터는 이른바 깔딱고개.

두타산 산행에서 가장 힘든 곳이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이다. 자주 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다. 맞은 편 산록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울퉁불퉁 솟은 바위들. 먼 곳에서 바라본 두타산은 흙으로 이루어진 육산처럼 보인다. 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본 산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온통 돌 투성이이다. 돌의 모양이 밋밋하지 않다.

대부분 촛대처럼 솟아있다. 나무들은 그 돌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들어서 있다. 도열한 바위들의 모습이 마치 나한들 같다. 수행하는 승려의 모습도 닮았다.

헉헉거리며 오르기를 약 3시간. 두타산의 정상에 선다. 동쪽을 바라본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발 아래로는 무릉계곡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침묵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하산길. 두타산 정상에서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타고 북쪽으로 간다. 박달재이라는 언덕이 있다. 박달령이라고도 불린다.

박달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오르는 길이 대부분 능선이었다면 하산길은 대부분 계곡길이다.

물과 함께 한다. 바위 코스가 많아 위험하다. 특히 비가 많이 올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름답다.

약 2시간 발 밑을 조심하며 내려가면 무릉계곡의 극치를 만난다. 용추폭포와 쌍폭이다. 용추폭포는 3단 폭포이다.

물이 60여m의 절벽을 타고 세 곳의 웅덩이를 만들면서 쉬었다가 다시 떨어진다. 폭포 옆으로 철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폭포의 물길을 조망하기에 좋다.

쌍둥이폭포는 용추폭포에서 떨어진 물과 두타산 박달골에서 흐르던 물이 만나는 곳.

두 계곡의 물이 폭포로 만나는 것은 한반도에서는 흔치 않다. 그림이 따로 없다. 거친 산행이지만 맑은 물길과 물소리에 피로가 싹 가신다.

산행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길을 관음암으로 잡는다. 오르는 길에 봤던 건너편 봉우리이다.

예전에는 위험한 길이어서 일반 등산객은 엄두도 못냈다. 위험지역에 철계단을 만들어 이제는 힘만 있으면 오를 수 있다.

길은 산을 향해 거의 수직으로 나 있다. 심한 경사의 계단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름이 붙어 있다. ‘하늘문’이다.

계단을 오르면서 이름 한 번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하늘에 닿을 듯 끝없이 이어진다. 헉헉거리며 약 1시간을 오른다. 관음암에 도착한다.

관음암은 아담한 기도도량. 정갈하고 운치가 있다. 절 마당에 패랭이꽃이 가득 피어있다. 빛깔이 곱다.

마당에 서서 올랐던 건너편 산록을 바라본다. 그 곳에도 돌 나한과 돌 승려들이 가득하다. 두타. 산 이름의 의미가 가슴 속으로 느껴진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를 거치면 동해시. 고속도로 진행방향(7번 국도)으로 약 5㎞ 직진하면 효가 4거리가 나온다.

삼화동 쪽 42번 국도로 우회전, 약 5㎞를 달리면 왼쪽으로 무릉계곡 진입로가 나 있다. 5.3㎞를 진입하면 무릉계곡 주차장이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동해역까지 하루 7차례 열차가 떠난다.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가 하루 23차례, 동서울 터미널에서 8차례 출발한다.

동해시내에서 무릉계곡까지 시내버스가 수시로 왕복한다. 동해시청 (033)533-3011

▼쉴 곳

무릉계곡 내에 무릉프라자여관(033-534-8855)과 청옥장여관(534-8866)이 있다. 객실 수가 많지만 주말에는 모두 차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이다.

두타산을 1박 2일의 일정으로 찾는다면 바닷가에서 숙박을 하고 일출을 본 뒤 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

동해시의 가장 큰 해수욕장인 망상 해수욕장에는 숙박시설이 많다.

망상그랜드관광호텔(534-6682), 낙원비치가족호텔(534-3400) 등의 호텔과 망상비취장여관(534-3008), 썬라이즈여관(534-3113) 등의 시설이 좋다.

▼먹을 것

산의 맛과 바다의 맛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무릉계곡 입구에 산 음식을 하는 식당이 도열해 있다.

각종 산채는 물론 도토리묵, 강원도의 별미인 감자부침 등을 맛볼 수 있다. 이 지역 막걸리인 ‘무릉특주’를 곁들여도 좋다.

회를 먹으려면 횟집이 밀집한 어달해변이나 망상해변으로 가야 한다. 어달의 달맞이(033-533-0420), 바위섬횟집(535-5858), 망상의 해림(534-3898) 오동동횟집(534-3122) 등이 유명하다.

▼두타산 산행코스

두타산 산행 코스는 다양하다. 가벼운 트레킹 코스, 어느 정도 땀을 흘리는 등산 코스, 조금 힘겨운 코스, 등산에 이력이 난 사람도 혀를 내두르는 코스 등이 있다.

가벼운 트레킹 코스는 삼화사가 있는 무릉반석에서 용추폭포까지다. 쉬엄쉬엄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무릉계곡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 코스를 택한다. 길은 계곡을 끼고 나 있다. 계속 물소리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길이 넓어 등산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오를 수 있다.

어느 정도 땀을 흘리는 등산 코스는 관음암을 거쳐 용추폭포에 이르렀다가 학소대를 거쳐 하산하는 코스이다.

관음암을 오르는 길과 관음암에서 용추폭포에 이르는 내리막길이 험하기 때문에 등산장비를 갖춰야 한다. 인근 주민들이 애용하는 가벼운 등산길이다.

조금 힘겨운 코스는 두타산 정상 정복 코스이다. 산성터로 올라 정상에 오른 후 박달령에서 하산하는 길이다.

약 7시간에서 8시간이 소요된다. 산에 익숙치 않거나 몸에 이상이 있다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힘든 코스는 두타산에서 약 1㎞ 북쪽에 있는 청옥산(1,404㎙)까지 아우르는 등산길이다. 박달령에서 계속 북상하면 청옥산 정상이다.

능선을 타고 무릉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약 10시간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당일 산행을 한다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033)534-7306

동해=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길에서 띄우는 편지

지난 주 일요일 강원도 홍천에서 경기 양평을 거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주말이면 주차장을 이루는 6번 국도입니다. 워낙 정체가 심해 악명이 높습니다.

웬만큼 정체가 이어지면 샛길로 빠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달려도 정체구간이 없었습니다.

뻥 뚫려 있었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월드컵 때문입니다. 월드컵의 열기가 워낙 뜨거워서인지 사람들이 길을 나서지 않습니다.

답사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여행사는 손님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울상을 짓습니다. 경남 바다에 떠 있는 유명한 해상공원은 내방객의 30~40%가 줄었다고 하소연합니다.

평소 한여름의 해수욕장을 방불케 하는 충남 아산의 대형 온천 리조트도 텅텅 비었습니다. 기대했던 월드컵 관광특수가 예측을 빗나간 것에 이어 국내 여행 시장도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월드컵 기간이야말로 여행의 최적기라고. 우선 길이 붐비지 않습니다.

오랜 만에 전쟁이 아닌 편안한 드라이브를 하며 운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행지도 그렇습니다.

손님이 줄면 대접이 좋아지는 법입니다. 사람 대접을 받으며 밥을 사먹고 잠을 잘 수 있습니다. 경기 일정에 따라 휴교하는 학교도 있어 아이들을 데려갈 기회이기도 합니다.

월드컵을 못 본다고요. 어차피 입장권을 가진 극소수가 아니라면 모두 TV를 통해 경기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TV 보급률이 높은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강원 첩첩산골 난시청 지역도 가마솥 뚜껑만한 커다란 위성 안테나를 걸어놓고 TV를 볼 정도입니다. 어디에서나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길을 나섭시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높은 산에 서서, 깊은 계곡의 골짜기를 걸으며 이 땅과 자연의 호연지기를 듬뿍 실어 힘차게 외쳐 봅시다.

“가자! 16강으로!” 선수들도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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