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코스타리카 축구대표팀의 알렉산데로 기마라에스 감독(43)은 만감이 교차했다.이겼다는 기쁨에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곧 바로 스승인 보라 밀루티노비치(58)감독을 찾아가 보은의 인사를 나눴다.'밀루티노비치 감독의 제자'였던 그는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기마라에스 감독은 지난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밀루티노비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코스타리카 대표팀의 일원이었다.당시 코스타리카는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뛰어난 지도에 힘입어 스코틀랜드와 스웨덴을 잇따라 격파하고 16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94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코스타리카 프로리그에서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한 기마라에스감독이 스승 밀루티노비치 감독을 뛰어넘을 계기를 마련한 것은 지난 2000년이었다.
기마라에스 감독은 당시 부진의 늪에 빠진 코스타리카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발탁됐고이후 코스타리카는 승승장구,두번째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정신자세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Attitude is everything)'는 좌우명과 함께 선수들을 자극하는 밀루티노비치 감독처럼 기마라에스 감독도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는 닮은 꼴 지도자다.밀루티노비치 감독도 최근 "기마라에스 감독은 현역시절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료선수들을 격려하며 쉴새없이 동기부여를 했다"면서 '뛰어난 리더십을 갖고 있는 기마라에스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긴 코스타리카는 행운"이라고 말했을 정도다.제자에게 일격을 당한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다음 상대는 브라질과 터키다.바야흐로 밀루티노비치감독의 5회연속 16강 진출 신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광주=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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