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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첫승 드라마] (1)18개월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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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첫승 드라마] (1)18개월의 여정

입력
200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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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프랑스월드컵서 한국에 0-5의 치욕적인 패배를 안겼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행은 일종의 모험이자 아이러니였다.4년전 유럽과 아시아축구의 수준 차이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그는 한국의 한일월드컵 16강 진출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감독 취임을 놓고 국내축구인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축구도 유럽의 높은 수준에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세계 최고의 감독도 한국축구의 한계엔 어쩔 수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1월 닻을 올린 히딩크 호의 출항은 많은 이들의 우려처럼 순조롭지 못했다. 월드컵의 리허설 성격을 지닌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대구)과 유럽전지훈련서 프랑스와 체코에 0-5로 참패하자 히딩크 무능론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선수들은 현대축구의 주시스템으로 평가받는 4-4-2 포메이션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잦은 포지션 변경에 당혹스러워 했다.

그러나 1년 뒤 많은 것이 변했다. 히딩크 감독의 축구는 척박한 한국땅에 뿌리를 내렸고 이제 아무도 그의 축구철학과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선수들은 세계 어느 팀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히딩크 감독이 역대 지도자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월드컵 본선만을 목표로 모든 일정을 준비해왔다는 사실이다.

선수들의 사기충전을 위해 한 수 아래의 팀들과 평가전을 치렀던 관행을 깨고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표팀들과 정면대결을 했다.

잇단 성적부진으로 비난여론에 시달렸던 그는 “약팀과 맞붙어 자신감을 쌓느니 지더라도 월드컵 수준의 경기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는 한국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히딩크 감독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히딩크호가 부진을 면치 못할 때 “조직력 강화를 위해 선수들의 포지션과 베스트 11을 조기에 확정하라”는 여론이 높았지만 유상철 송종국 박지성 이영표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의 활약이 안정궤도에 접어들면서 경기를 지배하기 위한 공ㆍ수의 균형이 갖춰졌다.

다기능 선수들의 전술적 행동과 상황판단 능력이 향상돼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토털사커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천수 최태욱 차두리 등 젊은 선수들을 대표로 발탁해 미래지향적인 팀을 꾸린 것도 대표팀의 달라진 모습.

개인기량이 부족한 한국이 본선 맞상대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체력과 스피드 향상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판단이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히딩크 감독은 포지션별 무한경쟁 체제를 조성하는 등 고도의 심리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축구가 한단계 도약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히딩크 감독은 ‘고통 없이 열매도 없다’는 단순한 진리에 따라 한국팀을 조련한 것이다.

부산=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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