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 승의 쐐기를 박은 유상철(31ㆍ가시와 레이솔)의 별명은 ‘유비’다.조용조용한 말투, 세심한 데까지 신경쓰는 여성스러운 성격이지만 찬스가 생기면 범처럼 달려드는 투지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도 기회가 오자 침착하게 수비수의 태클을 피한 뒤 오른발 강슛을 날렸다. 98년 프랑스대회 벨기에전서 골을 터뜨린 그는 한국 최초의 월드컵 2회 연속 골을 넣은 골게터로 기록됐다.
유상철은 원조 멀티플레이어이다. 다양한 자리를 수행할 탁월한 임기응변을 갖춘 완벽한 선수라는 의미이다.
“경기 때마다 주어지는 자리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뿐”이라는 그는 지난 달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가 홍명보가 자리를 비우자 중앙수비수로 나섰다.
지난 달 21일 잉글랜드전서도 공격형 미드필더_왼쪽 윙백_수비형 미드필더를 넘나들었다.
그는 히딩크호 출범 이후 4골을 터뜨려 최종 엔트리중 가장 많은 득점을 했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을 젊은 선수들로 물갈이하면서도 유럽선수에 뒤지지 않는 체력과 스피드, 잡초근성을 겸비한 유상철 만은 꼭 챙겼다. 수문장 김병지가 “유상철이 먼 거리서 쏜 슛은 정말 겁난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건재했다.
유상철은 서울 응앙초등학교 4학년 때 잔병치레가 많아 건강을 위해 축구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까지 키가 작아 땅꼬마로 불렸던 그는 경신고 시절 1년사이 키가 무려 20㎝나 자라 지금의 ‘떡대’(184㎝, 78㎏)를 갖추게 됐다. 체격이 커지자 자신감도 생겼다.
건국대 감독이었던 정종덕(59)씨는 “유상철이 뛰면 묘하게 경기 흐름이 바뀐다”고 말했다.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인 최희선씨와 1남1녀.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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