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틈타 정치 논리가 다시 경제를 왜곡하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문제가 단적인 예다.지방선거를 앞두고 하이닉스반도체 노조가 독자 생존을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겠다고 선언하자 후보자들이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진 념 민주당 경기도 지사 후보는 지난달 말 하이닉스반도체 노조를 방문, 자력 회생이 원칙이라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제 부총리 시절 매각을 강력히 주장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이에 대해 진 후보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자력 갱생이 소신이어서 말을 뒤집은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도 비슷하다. 이강두 정책위원장은 독자 생존 쪽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한 발 더 나갔다.
김 총재는 “경제 부총리로부터 반년 안에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는 즉각 부인했지만,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후보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필요하다. 그것도 하이닉스반도체처럼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럴 경우 논리적 정합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말이 바뀌면 그 같은 주장은 한낱 ‘공약(空約)’에 불과하다.
결국 판단은 유권자가 해야 한다. 이제는 후보자들의 주장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수동적인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당장 아쉬운 표에 눈이 멀어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선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난해 말과 올 초 우리 경제를 전망하면서 ‘선거’를 가장 큰 변수로 꼽았던 이유를 후보들은 곰곰이 새겨야 한다.
외환위기 직전의 기아자동차나 한보그룹의 쓰라린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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