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가 집권할 경우 권력구조 변경을 위한 개헌 의사를 처음으로 밝혀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는 4일 발매되는 시사주간지 ‘주간 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개헌 문제를 공론화,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매듭짓겠다”고 말했다.이 후보는 “그렇다고 현행 헌법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호헌(護憲) 가능성도 함께 열어 두었지만 그 동안 개헌 문제에는 대체로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데 비하면 커다란 입장 변화여서 정치권 안팎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개헌 공론화’를 포함한 당 국가혁신위 보고서 발표 당시 대변인을 통해 “후보 공약과 혁신위의 건의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개헌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문제”라며 거리를 두었다. 지난달 24일 한 시민단체 토론회에서도 “헌법은 고치지 않고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던 이 후보가 개헌 공론화를 수용한 것은 6ㆍ13 지방선거 후에 예상되는 정계개편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즉, 개헌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정계 개편의 명분을 강화, 개편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민주당, 자민련의 저항과 비난 여론을 최소화하려는 뜻이다.
여기엔 최근 지방선거 판세에 비추어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란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신민주 대연합론은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거부와 한나라당의 영남권 수성으로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민련의 일부 충청권 의원과 민주당내 보수파까지 겨냥한 이 후보의 정계개편 구상이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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