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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응원 百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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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응원 百態

입력
200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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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막 전날 TV에서 본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1966년 런던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대표팀이 분전하고 있었다. 북한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 8강에 진출하여 세계를 경악시켰다.

북한 선수들이 장신의 이탈리아 팀을 물리치며 돌풍을 일으키는 모습이 장해 보였다. 흐믓한 것은 영국 관중이었다.

그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체제가 달라 더 낯설고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북한 팀을 자기 팀 인양 응원했다. 약한 팀을 배려하는 그들의 스포츠맨십이 감동스러웠다.

■ 축구를 TV로 보는 것이 경기장에 가는 것보다 편리한 점도 있다.

그러나 경기장에는 TV로 포착할 수 없는 현장감이 숨쉬고 있고, 무엇보다도 응원의 함성과 열기가 생생하다. 응원 열기에서는 국가대표팀 간의 역사적 친소관계와 호오(好惡)의 감정이 적나라하게 뿜어 나온다.

개막전으로 열린 프랑스-세네갈 경기는 과거 식민통치의 앙금이 응원의 수은주를 한껏 높여주었다.

경기시작 전부터 달뜬 응원단은 푸른 물결의 프랑스 편이 북쪽에, 그보다 적은 수의 노란 색 세네갈 편은 남쪽에 포진해 있었다.

■ 아프리카인이 같은 대륙의 세네갈 편에 선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노란 옷차림의 브라질인도 세네갈을 응원했고, 일본인들은 대체로 프랑스를 응원한 점이다.

응원단 위세로 보아 세네갈은 프랑스에 비교가 안 되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세네갈 서포터스'라는 600여 한국인 응원단이 노란 옷 차림으로 세네갈을 응원함으로써 수의 불균형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들에게서 1966년 북한 팀을 응원하던 영국인의 스포츠맨십을 보는 듯했다.

■ 자발적 한국 응원단 '서포터스'가 월드컵 민간 외교관 역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회원이 7만여 명에 이르는 이들은 한국에서 예선전을 갖는 15개 외국팀을 응원하는데, 그날은 특히 약소국 세네갈을 지원했다고 한다.

마침내 결과는 세네갈의 승리라는 대이변을 낳았다. 세네갈 편은 오래 경기장에 머물며 환호했다. 프랑스도 이날 요란하지는 않지만 점잖게 응원을 했다.

경기가 끝나자 침울한 표정이긴 하지만 박수를 치고 조용히 자리를 뜨는 그들의 모습도 아름다워 보였다.

박래부 논설위원 기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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