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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갈팡질팡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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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갈팡질팡 경제정책

입력
200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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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陳稔) 전 경제부총리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놓고 고민하던 4월12일.세계적 경제통신사인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정권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며, 부총리는 출마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페섹이 진 전 부총리의 출마를 반대한 것은 그의 뛰어난 능력때문이 아니다. 부총리의 급작스런 교체가 초래할 정책의 일관성 훼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전윤철(田允喆) 부총리는 취임 이후 "정책기조의 변화는 없다"고 여러 차례 확인을 했다.

그러나 정부 다짐에도 불구,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권 말기 탓인지, 선거 탓인지 상호 연관성이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임시 방편으로 쏟아지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내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히는 한편에서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는 10년간 31조원을 투입해 국민임대주택 100만호를 짓겠다고 발표한다.

또 재경부는 1ㆍ4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7%에 달하자 "경기과열에 대비, 경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승용차 특소세의 탄력세 적용을 연장할 때는 "경기가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가계부실 차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강행됐던 신용카드 방문모집 금지도 돌연 철회됐고, 하이닉스 처리에 대해서도 매각강행과 매각연기라는 엇갈린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심각한 것은 정책변경이 경제가 아닌 정치논리로 이뤄진다는 의혹이다.

정부는 '서민생활안정'과 '고용안정' 등을 내세우지만 50만호였던 임대주택규모가 100만호로 늘어나고, 방문모집 금지방침이 철회된 것은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고려'라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국 경제가 '경제 논리'로 움직이기에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다.

조철환ㆍ경제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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