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두(26ㆍ인터밀란)의 부활 여부는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축구팬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의 기량은 너무 화려해 보는 것 자체가 기쁨일 뿐 아니라, 브라질의 우승가도에 엄청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호나우두는 ‘뭔가’를 보여줬다. 3일 울산구장에서 열린 유럽의 신흥강호 터키와의 첫 경기에서 ‘킬러’의 본능이 무엇인지 입증한 것이다.
0-1로 뒤진가운데 돌입한 후반 4분께 히바우두의 센터링을 몸을 날리며 발을 갖다 대는 동작은 동물적인 감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랜 부상의 공백을 딛고 화려하게 쏘아 올린 부활의 신호탄이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브라질을 우승후보로 꼽기는 했지만 의례적인 것이었다.
지역예선에서 평소같으면 브라질스트라이커들이 슛연습상대쯤으로 여겨졌던 에콰도르, 볼리비아에게 치욕의 패배를 당하는등 6번이나 지며 3위로 간신히 본선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진도 호나우두가 무릎부상으로 지난 2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지 못한 탓이었다.
전문가들은 “킬러 호나우두가 여러 차례 상대골문을 위협하는등 예전의 폭발적인 드리블과 슛감각을 되찾아 터키전처럼만 뛴다면 브라질은 당연히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말한다.
55번의 A매치에서 35골을 기록한 사실만 보더라도 그가 팀 승리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가 부상으로 브라질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자 브라질은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리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가 되살아 난 이상 브라질은 더 이상 종이호랑이가 아니다. 진정한 강자로 부활한 것이다.
불과 17세의 나이로 94년 미국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던 그는 98년 프랑스월드컵때 4골이나 넣으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지만 막상 결승전에서는 부상으로 진통제를 먹고 뛰어야 했을 정도로 불운했다.
그의 재능으로 볼 때 화려하게 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2000년 4월 무릎을 다친후 계속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그가 브라질대표팀에 복귀한 것은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둔 올 4월이었다.
포르투갈과의 평가전에서 전반만 뛰며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아무도 그가 이처럼 빨리 옛 기량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2년간은 호나우두에게는 길고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브라질의 5번째 우승을 향한 산고였던 셈이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