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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종학전 - 직관을 거침없이 화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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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종학전 - 직관을 거침없이 화폭에

입력
200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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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一筆揮之). 원로 서양화가 이종학(77)씨의 그림을 볼 때면 서예의 화법을 가리키는 이 말이 떠오른다.그의 그림은 거침이 없다. 무엇을 애써 표현하려 하기보다는 끊임없는 사색을 통해 자신의 내부에서 솟아나온 상념, 가장 근원적인 상태에서 그 혼자만이 보았을 시각적 잔영을 그는 화폭에 그대로 옮겨놓는다.

직관이야말로 이종학 그림의 원형질이다.

이씨가 12~21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10번째 개인전을 연다. 100호 크기 50여 점과 소품 20여 점이 함께 나온다.

1958년 비구상 비정형의 작품들로 이뤄진 첫번째 개인전을 연 이후 국내 어떤 미술 유파나 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독자적인 작가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그는 80년대 중반까지의 ‘상(想)’ 연작, 90년대까지의 ‘추상적 정경’ 연작을 발표하면서 한국 현대회화의 추상1세대로 자리매김됐다.

옛 문인화에 등장하는 난초나 댓잎을 그리다 만듯한 붓의 흔적, 혹은 어린아이들이 낙서하듯 연필이나 파란색 물감으로 아무렇게나 휘갈겨 놓은듯한 화폭의 자국들은 사실 그 무엇도 표현하지 않으려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파란색 나비 같기도 하고 회오리 바람 같기도 한 형상이 떠오르지만 그나마 화폭은 그려진 부분보다 여백이 훨씬 많다.

“예술은 때로 삶의 중압감으로부터 인간을 탈피시켜야 한다. 보다 경쾌하고, 행복하고, 아늑한 그런 안주의 세계로.”

작가는 아크릴과 유화물감이라는 서양의 소재로 작업하면서도 본원적으로는 동양적 예술의 방법론인 비논리성-직관적 표현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그림을 보는 이를 원시적인 세계로, 안정된 내면의 상태로 이끌고 간다.

자주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못 그리게 될 날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저 부지런히 그린 결과일뿐”이라는 이씨는 “이번이 마지막 전시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꼭 나이 탓이 아니더라도, 생의 중압감에서 초연한듯한 작가의 서정적 추상의 세계를 볼 수 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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