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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예스터데이' - 인간兵器化의 상처 우울한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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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예스터데이' - 인간兵器化의 상처 우울한 2020년

입력
200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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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80억원이 투입된 상반기 초대형 영화 ‘예스터데이’가 드디어 공개됐다.70억원의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 이어 또 다시 막강한 화력으로 돌진해온 ‘예스터데이’의 흥행 성적이 어떻게 나타날 지에 따라 올 한국 영화의 성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예스터데이’는 어떤 이야기?

잔혹범죄 특수수사대(SI)의 수석팀장 석(김승우), 유일한 여성 요원 메이(김선아)는 노인들만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연쇄살인범 골리앗(최민수)을 추적한다.

납치된 경찰청장의 딸인 연합경찰의 범죄심리분석관 희수(김윤진)는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는 인물.

도심에서 발생한 경찰청장의 납치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석과 청장의 딸 희수는 처음에는 서먹한 사이.

그러나 둘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체 모를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골리앗에게 아들을 잃은 석은 복수심만으로 가득 차 범인 색출에만 몰두한다.

영화는 인간의 기억을 화두로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한다. 1990년대 초반, 국방부는 국내 최고의 석학들을 모아 부도덕한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인간의 병기화를 위해 기억을 조작하는 것. 아이들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가함으로써 아이들이 고도의 인간 병기가 될 것이란 가정에서 출발했다.

이 실험을 끝까지 버틴 것은 골리앗 뿐이었으나, 실험은 중도에 취소되고, 남겨진 골리앗은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복수극을 벌이게 된다.

석은 골리앗의 DNA를 조작해서 만든 또 다른 골리앗이었고, 희수 역시 비밀 프로젝트에 이용당했던 소녀 중의 하나.

골리앗과 희수는 실험실에서 눈빛을 주고 받았던 애틋한 사이다.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인 세 사람은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게 된다.

■성공적인 시대 연출과 소품

미래의 삶을 예상하는 SF 영화는 사실 고전 시대극만큼이나 시대고증이 필요한 장르다. 줄거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미래를 구현하느냐 하는 점이다.

80억원이 투입된 대형 블록버스터 ‘예스터데이’는 미래상을 그리는 데는 꽤나 세련된 기교를 보인다.

2020년 미래의 아시아는 국경이 허물어지고, 중국 베트남 등지서 유랑인들이 모여들어 ‘게토’로 불리는 우범지역이 존재한다.

이들은 철저히 격리된 반면 통일 한국의 서울인 인터시티는 세련된 건물이 즐비하다.

부산, 경남 일대서 주로 촬영한 영화 배경은 철저히 비현실적인 공간. 우리 SF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을 극복해 판타지한 공간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도시 전체의 조감도 보다는 연합경찰에서 사용하는 홀로그램 영상, 지하도 통로의 천장을 타고 흐르는 독특한 이미지 등 실사와 컴퓨터그래픽을 결합한 세련된 영상이 일단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도구들도 매력적이다. 파리 모양의 스파이 로보콤, 납작한 카드지만 화상통화가 가능한 이동전화, 작은 혈흔만으로도 DNA를 확인할 수 있는 스캐너, 입에 대기만 하면 신원이 확인되는 치아스캐너 등 도 재미있는 발상이다.

게토 지역의 우범자 소굴인 말라카이 바 습격장면이나 두바이 호텔 폭발장면 등 비중이 큰 액션신을 처리하는 방법도 꽤나 능숙하다.

■너무 암울한, 혹은 지루한

매력적인 배경을 깐 이 영화는 색으로 치자면 회색과 검은 빛으로 그린 단색화같다.

톤이 일정하게 진행되는 김승우의 내레이션, 주인공들은 이런 SF 액션물의 등장인물답지 않게 심각하고 우울하다.

기억을 지배당했던 인간들을 그리려는 지나친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 도입부의 추격신도 길고 지루하다.

적을 찾아 뛰고 쫓지만 실체 없는 적을 향한 질주가 너무 단선적이다. 스토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As Time Goes By’ 같은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도 현명하지 못해 보인다.

기억을 매개로 ‘메멘토’ 수준의 철학적 존재론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그렇다고 볼거리 만으로 무장한 허풍선이 블록버스터라는 얘기는 아니다.

‘예스터데이’는 기술적으로는 한국 SF가 여태껏 이뤄낸 진보에 확실히 몇 걸음을 보탰지만, 호흡 조절에 실패했다.

잘라 말하면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 물론 CF 감독, ‘세상 밖으로’ ‘헤어 드레서’의 조감독을 거친 정윤수 감독의 데뷔작임을 감안하면 성공쪽에 가산점을 줄 만하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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