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월드컵과 3김 청산

입력
2002.06.04 00:00
0 0

세상이 온통 월드컵 얘기다. 내 땅에서 열린 잔치이니 당연하다. FIFA랭킹 42위 세네갈이 지난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격파한 개막전 이변이 세계를 강타했다.'‘죽음의 조' 라는 F조의 사투에 온 세계 축구 팬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판에 국내정치얘기 꺼내기가 좀살궂다.

하지만 곧 지방선거가 있고, 이판사판의 대선 혈투가 월드컵이라고 비껴 갈 것 같지 않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국팀의 16강 여부가 단연 화제다. 가능성은 대체로 '맑음'이란다.

시사잡지들이 주먹만한 활자로 히딩크 감독이 올 대선의 키를 쥔 것처럼 호들갑이다.

'히딩크와 대선'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으나, '이변'가능성을 깡그리 부인하기도 어려울 듯 하다. 신문 앞 지면을 차지하던 정치기사가 모처럼 뒤로 밀렸다.

개막식에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우렁찬 축사를 들은 사람이라면 '젊은 대통령'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문득 5공 시절 큰 화제를 일으켰던 김동길교수의 칼럼이 생각난다. 이른바 '3김 낚시론'이다.

요지는 3김씨가 정계를 떠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의 때는 이미 끝났다'는 제목이 시사하듯 김 교수는 한국일보의 이 칼럼(85년 4월 4일자)에서 3김씨가 새로운 40대에게 길을 터주고 정치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했다.

17년전의 일이다. 60대 초반이었던 3김씨는 왜 안되고, 또 하필이면 40대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김 교수도 명확한 대답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 교수는 3김씨의 퇴진 이유로 그들의 끝없는 대권욕을 들었다.

그는 이 글에서 세 사람, 혹은 두 사람이 합의해서 대통령을 낸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의 예측은 대체로 틀리지 않았다.

당시의 신문철을 뒤져보니 당사자들 반응도 흥미롭다. YS는 "언론자유가 있는 마당에 개인이 뭐라고 하든 개의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시큰둥해 했고, DJ역시 "고향이 바다라서 어릴 때부터 낚시질을 했으니 좋은 낚시터를 알려주면 낚시도 하겠다"며 냉소적으로 받아넘겼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2 .12총선 민의를 외면한 망발이라며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새삼스럽게 17년 전 해묵은 일을 끄집어 내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아직도 우리정치가 지역적 분열주의와 패거리 정치를 청산하지 못한 사실이 못내 안타깝다. 이제야말로 '낚시론'에 따라 3김을 청산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해서이다.

더 이상 세 분의 정치판에 대한 집착은 스스로를 추하게 할 뿐이다. 지금 세 분은 망(望) 팔순으로 천수를 누리고 있다.

YS, DJ 두 사람은 다 해먹고 '그럼 JP만 건너뛰란 말이냐'고 반문하기엔 때가 너무 늦었다.

'잠들기 전 가야 할 몇 마일이 남았다고' 우기지만 억지 같다. 확실한 대권후보를 낼 수 없는 불임(不姙)정당의 존재가 불가능한 풍토라는 건 그들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수사(修辭)가 아무리 현란하고, 난국 돌파력이 탁월하다 해도 지금은 그들의 시대가 아니다.

민심도 예전 같지 않다. 노풍(盧風)의 약화가 DJ아들들의 더러운 비리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YS를 찾아 머리를 조아린 것이 화근이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

아들들의 비리를 어떻게 해보려 꼼수를 썼다가는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급할수록 둘러가라는 얘기처럼 이럴 때 일수록 해결책은 정도로 가는 길 뿐이다.

'내 아들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요'라고 했던 오만을 사람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끝나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다. 축구공 내지르듯 우리도 이제 3김 정치와 과감하게 절연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 17년전에 퇴진을 요구 받았던 3김이 아직도 정치판에서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것은 우리정치의 심각한 정체를 말한다.

DJ의 종료와 함께 3김 정치도 끝나야 한다. 이번 대선이 3김 정치로부터의 해방 원년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노 진 환 주필기자

jhr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