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부터 시작된 미국 경제의 호황은 20세기에서는 가장 긴 113개월간 지속되었다.미국 경제의 이러한 장기 호황을 설명하는 가설로, IT기술에 근거한 ' 신경제'라는 용어가 95년 탄생하였다.
신경제의 패러다임에 의하면 높고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완벽한 시장의 투명성으로 높은 경제성장률, 지속적이고 높은 고용수준, 그리고 중기적으로 낮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다.
신경제의 등장으로 종전의 경제이론들은 경제를 설명하는데 효용가치를 상실하였고, 경제는 보다 새로운 시장규율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설명되었다.
특히 경기주기와 인플레 문제는 신경제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신경제는 세계화가 경제전반에 요구하는 조건에 부응할 수 있는 개인의 창의력과 변혁, 그리고 기업가적인 투자를 위한 전반적인 조건들이 정책적으로 충족되어 있는 미국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다른 경쟁국들과는 달리 미국은 이미 70년대부터 규제완화를 철저하게 이행하였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유연하고,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 사이에 협상카르텔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정부재정은 90년대에 단호하게 건전화를 추진하였고, 통화정책은 공급측면에 입각하여 장기적으로 안정기조를 유지하였다.
신경제의 대변자들은 노동생산성의 증가를 그 배경으로 삼았다. 그러나 90년대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는 일반적으로 주장되는 것처럼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결코 월등히 높은 것이 아니다.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96년 이후 연 평균 2.5%에 달한다. 이러한 성장률은 시간적으로나 국제간의 비교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경제상황이라고 결론지을 정도로 특이한 것이 아니었다.
1975~95년 20년간을 살펴보면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농업부문을 제외하고 연 2%에 달한다.
지속적인 물가안정의 중요한 요인은 시장에서의 활발한 경쟁이다. 신경제의 대변자들은 강화된 경쟁체제를 강조하고, 이러한 경쟁은 새로운 IT기술의 응용을 통한 시장의 투명성 제고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간주한다.
때문에 시장에서 가격인상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안정에 대한 신경제의 가설은 일시적인 것일 수는 있지만 생산성과 임금 등 여러 가지 경제적 요인들 때문에 항구적인 것일 수는 없다.
90년대 후반에 미국 경제의 호황은 민간소비에 의해 지撻퓸解? 이러한 소비의 증가는 투자가 1992~2000년 130%나 상승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 기간 민간소비 증가의 결정적 요인들은 가처분 소득의 증대와 높은 고용수준의 유지였다. 특히 소득의 자산효과는 높은 소비수요를 유지하는데 주요 역할을 하였다.
미국 중앙은행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 민간가계의 자산은 1990~99년 무려 2배가 는 44조달러로 증가하였다. 이에 비하여 109개월간 지속된 60년대 호황기에는 민간가계의 자산이 42% 증가하였다.
미국 국민 14세 이상의 48.2%가 직·간접으로 전체 미국기업 주식의 약 84%를 소유하고 있다. 주식 소유자들은 1996~2000년 평균 연 1만4,000달러의 재산 증식을 일궈냈다.
이 같은 경제적 여건을 종합할 때 90년대 미국의 호황은 국내 총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지 신경제로부터 발생한 신기술의 결과가 아니다.
신경제의 가설은 미국 경제가 2000년 하반기부터 성장의 활력을 상실하고 경기후퇴에 진입하자 결국 별다른 논의 없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 후 효용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케인즈의 재정정책이 경기의 후퇴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등장하였다.
2001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세금을 인하하였고, 이것은 가계의 소비지출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하였다.
또한 금리는 11번이나 인하되어 60년대 초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경제의 근간을 이루었던 IT산업 분야는 그간의 과잉 시설투자로 인해 경기회복에 오히려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인간의 속성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주의는 신경제 대변자들이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에도 그 특성인 경기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前 청와대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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